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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오가는 '반짝 장터' 사람 향기는 여전

2018-01-09기사 편집 2018-01-09 16: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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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20. 대전 신흥동 도깨비시장

첨부사진1대전 신흥동 도깨비시장에서 상인들이 화로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강은선 기자
어디든 사람이 모여야 활기가 돈다. 부대껴야 정(情)이 든다. 실랑이도 사람 사는 곳이라야 있다.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사람은 가득하지만 왜인지 사람냄새가 그립다. 도시에서 유일하게 사람냄새가 나는 곳. 시장(市場)이 그렇다. 쉴 새 없이 부대끼는 사람들, 시끌벅적한 흥정소리, 실랑이로 커지는 목소리. 파는 이와 사는 이가 뒤섞이는 곳, 시장엔 사람 냄새가 그득하다. 그래서 시장에 가면 정겹다. 커지는 목소리 따라 웃음꽃도 함께 피는 곳, 대전 동구 신흥동 도깨비시장이 그렇다.



'도깨비시장'은 대전시 동구 신흥동에 위치한 시장을 일컫는다. 신흥 제1치수교 옆 대동천변에 서는 노천시장인 도깨비시장은 1970년대에 생겨나 50년 가까이 됐다.

과거 1970-80년대에는 천변에도 노점이 열렸었지만 현재는 치수교 옆 인도에만 장터가 마련돼있다. 200m가 채 안되는 짧은 거리에 형성된 도깨비시장은 41개의 점포로 이뤄져 있는 소형시장이다. 현재는 이보다 점포는 줄어 상설 점포는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도깨비시장은 이름처럼 '반짝' 서는 시장이다. 전국에서도 이젠 거의 찾아보기 힘든 도깨비시장은 시장을 여는 시간이 잠깐이라고 해서 반짝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시쯤에 열려서 낮 12시. 예전엔 오전 6시에 서기 시작해 낮 12시까지 했지만 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장이 여는 시간도 늦춰졌다. 장터에는 충남 금산과 충북 보은, 옥천 등 농촌에서 들여온 싱싱한 채소와 과일, 곡물들이 주로 거래된다.

대전역 근처인 이 곳은 동구지역 최대 재래시장이었지만 예전처럼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원도심지역의 공동화 현상과 낙후된 도시환경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전통시장의 상권도 위축됐다.

도깨비시장은 과거 동구지역 최대 전통시장이었다는 명성은 잃고 있지만 여전히 도깨비시장만의 매력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최강 한파가 찾아온 지난 8일 오전 11시. 눈이 펄펄 내리는 데도 몇 몇 점포는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오전 11시에는 물건이 거의 팔려 문을 닫을 때지만 상인들은 마실 온 주민들과 오순도순 대화하며 손님을 기다린다.

큰 고무대야에 담겨있는 개다리, 눈에 맞을까 비닐로 덮여있는 두부, 채소 등이 왠지 푸근하다.

도깨비시장은 과거보다 활기는 줄었지만 아직도 온기가 도는 시장이다.

역과 아파트, 주택단지 등이 위치해 인근 지역주민들은 물론 식당에서는 도깨비시장을 매일 찾는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상철(56)씨가 시금치 한 봉지를 산다. 김 씨는 "도깨비시장이 생겼을 때부터 단골로 신선한 식재료를 살 수 있어 매일 온다"고 말했다.

동태 세 마리를 산 김대연(69)씨도 40년 넘는 단골이다. 김 씨는 "신흥동에 사니 도깨비시장에 와서 식재료를 사지 어디서 사겠냐"며 "인근에 대형마트가 있어도 가격이나 신선도에서 여기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누구는 노점으로 시작해 단속반원들의 눈을 피해 반짝 장을 서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곳 상인들과 주민들은 손사래를 친다.

도깨비시장은 과거엔 시장을 찾는 이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했다.

사람이 하도 많아 밀려가며 물건을 살 정도였다고 한다.

시장 입구에서 버섯, 마늘, 상추 등 농산물을 파는 남귀숙(77) 사장은 "지금이야 단골 장사를 하지만 10년 전만해도 시장을 찾는 이들이 워낙 많아 갖고 온 물건이 금새 동이났다"고 말했다. 남 사장 옆에서 함께 마늘을 까는 인근 주민인 최소생(68)씨도 거든다.

"오전 6시가 되면 장터에 상인들이 자리를 펴기 시작했고 인근에서 갖고 온 신선한 식재료들 뿐 아니라 여러 물건들도 낮 12시면 다 팔려 더 팔게 없었슈. 그래서 반짝 열리고 닫는거지."

대전토박이로 도깨비시장에서 47년 동안 채소류를 판매하는 김기순(71)씨는 인근 시장에 납품할 대파를 다듬고 있었다. 김 씨는 "한 때 성황했던 시장이 쇠락하는 건 세월의 흐름이라 볼 수 있다"며 "예전처럼 흥정을 하는 등 왁자지껄한 모습은 이젠 보기 어려워졌지만 단골들이 여전히 이곳을 찾으며 쌓아가는 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두텁고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파는 계란 한 판은 7000원. 대형마트에서는 1만 원이 넘게 판매되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신선한 농수산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도깨비시장의 원칙은 반백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대전 동구 신흥동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신흥동을 중심으로 신흥지구 도시재정비 촉진사업(뉴타운사업)으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도깨비시장 인근 지역엔 벌써부터 아파트들이 높은 층수를 자랑하며 우뚝 서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만난 이곳 상인과 주민들은 그저 도깨비시장을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인생의 공간이라 했다. '동네 사랑방'이기도 한 도깨비시장은 어쩌면 그들에게 말 그대로 도깨비가 주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1978년부터 40년동안 한 자리에서 젓갈을 파는 송소제(72) 사장은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진 점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도깨비시장은 지속 운영될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여기에 오는 이들은 누구하나 판매되는 물건의 질에 의문을 갖지 않아요. 파는 이랑 사는 이에 형성된 신뢰가 겹겹이 쌓여있어서죠. 그러니 정을 나눈다 하지 않아요?"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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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신흥 도깨비시장은 신흥동 제1침수교 옆 대동천변길 200m 거리에 형성돼있다. 강은선 기자
첨부사진3도깨비시장 거리 모습. 강은선 기자
첨부사진4도깨비시장 건너편에 신흥동 재개발로 들어선 아파트들이 우뚝 서있다. 강은선 기자
첨부사진5도깨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개고기. 강은선 기자
첨부사진6도깨비시장 건너편에 신흥동 재개발로 들어선 아파트들이 우뚝 서있다. 강은선 기자
첨부사진7도깨비시장 입구에 도깨비시장을 일러주는 소매마트.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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