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10여 년간 부당지원 행위로 공정거래 질서를 훼손한 하이트진로가 경쟁당국의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주)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주)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주)를 교사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은 하이트진로 79억 5000만 원, 서영이앤티 15억 7000만 원, 삼광글라스 12억 2000만 원 등 모두 107억 4000만 원이며 검찰 고발 대상자는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는 박태영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공캔 1개당 2원) 거래와 우회 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제조업체인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으며,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삼광글라스가 직접 구매하던 알루미늄 코일(공캔의 원재료)과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거래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하이트진로는 직거래가 통상적인 관행이던 상품 거래분야에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상대방의 거래처 선택을 제한하고 사업경험이 전무한 서영이앤티가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했다. 이로 인해 서영이앤티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맥주공캔 분야 47%, 코일 분야 14.47%, 글라스락캡 분야 58.7%로 상승했다.

특히 서영이앤티가 보유 주식을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자와 이면약정을 체결하고 인수된 회사에 거래단가를 인상해 주는 방식으로 우회지원까지 일삼았으며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는 중소기업에 각종 피해를 끼치며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구도를 구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각종 변칙적인 수법을 통해 총수일가 소유회사를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 편취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은현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