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흐르는그곳 골목길] 중구 테미공원

아이들이 테미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대전 중구 제공
아이들이 테미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사진=대전 중구 제공
`도심 속 벚꽃섬.` 가까운 자리에서 도심 속 시민들에게 안식과 휴식을 주고 있는 중구 대흥동 테미공원의 또 다른 이름이다.

테미공원은 이 맘 때면 소복하게 쌓인 눈으로 아이들의 눈썰매장이 되고, 봄이 되면 만개한 벚꽃으로 시민들을 불러모은다. 매년 봄, 벚꽃이 피면 화려한 장관은 마치 한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이 시기 벚꽃놀이도 열려 봄의 향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다. 테미공원은 봄이 되면 벚꽃 섬으로 불린다. 고개 위에 위치해 있는데다 봄이 되면 공원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여 멀리서 보면 마치 둥그런 벚꽃 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문은 전국적으로 퍼져, 이제는 대전의 관광명소가 됐다. 테미공원은 완만한 경사에 나무계단과 울타리 등으로 꾸며져 남녀노소 힘들이지 않고 주변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상에 올라가면 나무 사이사이로 펼쳐지는 원도심 전경이 또 하나의 행복이다. 북쪽으로는 중구청과 중앙로 일대가, 동쪽은 한밭종합운동장, 서쪽은 서대전역, 남쪽은 보문산. 중구의 명소 곳곳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공원내 자그마한 약수터도 있어 가벼운 산책 뒤엔 갈증도 해결할 수 있다. 걷다 지치면 언제든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나무의자도 곳곳에 있다. 때문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노부부들과 청춘 남녀의 데이트코스로도 유명하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도 마련됐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여서 공원을 돌아보는데 20-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공원에서 만난 김숙자(71)씨는 "테미공원은 우리가족 모두 함께 와서 쉴 수 있는 곳이다. 대전에 또 이만한 공원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봄에는 꽃들이 눈 호강을 시켜주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자주 찾고 있다. 이런 게 바로 테미공원의 아름다움 아니겠냐"고 말했다.

테미공원은 1955년 음용수 보안시설로 지정돼 한때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하지만 1995년 빼어난 경치탓에 자연경관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공원으로 조성됐다.

공원의 이름인 `테미`는 망월성의 명당자리라고 붙여진 이름으로 `테`는 둥글다는 뜻을 갖고 있다. 명당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인근에는 태조사, 청화사 등 법당과 절들이 둥지를 텄다. 공원 인근에는 도서관을 활용해 만든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가 있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옛 충남도 관사촌과도 인접한 테미공원은 사시사철 볼거리를 제공해, 도심 속 직장인들과 유치원생들, 연인들, 노인들, 남녀노소 즐겨찾는 쉼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테미공원은 2만 7995㎡의 부지에 왕벚나무 380주를 비롯해 산철쭉, 이팝·단풍·회양목 등 1만 1600여 그루의 꽃과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공원 초입 담벼락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꽃들과 잎을 상징화한 벽화가 그려져 찾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테미는 대전시의 중앙부에서 남쪽에 있는 보문산에서 내려오는 줄기로, 테미에 있는 산은 수도산 또는 물광산이라 불렸다. 이 곳은 1956년 상수도 배수지가 들어서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는 108m 가량으로 계측되고 있다. 테미란 테뫼를 일컫는다. 테뫼란 성곽을 축성하는 형식이 테를 메는 것 같다는 뜻이다. 충남 부여의 사비성과 같은 형태인 셈이다.

인접해 있는 테미고개는 대흥동과 대사동을 잇고 있다. 수십여 년 전 이 곳에는 방죽도 있었다. 테미방죽은 테미에 있던 큰 방죽으로 뒷방죽골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현재는 메워져 테미시장이 들어섰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 최동수씨는 "우리 동네는 넓게 펼쳐진 한밭 벌 가운데 대전천이 흐르고, 동북쪽에는 계족산 등이 감싸고 있는 전망이 쾌적한 곳"이라며 "테미공원은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도심속의 아름다운 쉼터"라고 말했다.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거닐면 옛 충남도 관사촌과 연결된다. 이 곳에는 충남도지사 공관을 비롯해 총 6채의 관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곳은 관사촌이라 불리운다. 충남도지사 공관은 지난 1932년 8월 충남도청이 대전에 이전되면서 도지사의 거주를 위해 함께 지어진 단독주택이다. 충남도청이 내포로 이전하기 전까지 도지사를 비롯해 간부 공무원들의 숙소로 활용돼왔다. 이 곳에 서면 잘 정돈돼 있는 골목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 넓지 않지만 높지 않게 조성된 붉은벽돌 담장과 파란색 기와지붕들, 딱딱한 느낌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곳 역시 봄이 되면 화려한 색으로 갈아입는다.

또 입구에서부터 나열된 플라타너스 나무들도 일품이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주변 풍경과 함께 어우러진 큰 키의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이 곳이 얼마나 오래된 골목인지 말해준다. 100m 내외로 그리 길지 않지만, 플라타너스들이 자리잡고 있는 이 골목길은 한국 최초 서양화가인 나혜석이 기대어 슬픔을 달랬다는 길로도 알려져 있다. 관사촌은 최근 방송 드라마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이제는 드라마 촬영 명소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곳은 120억 원을 들여 문화예술촌으로 조성하는 계획도 확정됐다. 관사촌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공간을 체험하는 `올레길`도 추진된다.

대흥동 주민 최용숙씨는 "테미공원을 따라 이어지는 귀풍스러운 관사촌은 우리 지역의 자랑"이라며 "이 곳이 다시 생기 넘치는 곳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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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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