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부경찰서 구봉지구대 김봉호 경위

김봉호 대전 서부경찰서 구봉지구대 경위.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김봉호 대전 서부경찰서 구봉지구대 경위. 사진=대전지방경찰청 제공
추위가 한 창인 지난 2일. 경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동네에 노숙인이 있어 무섭다"는 내용이었다.

대전 서부경찰서 구봉지구대에 근무하는 김봉호 경위는 신고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 곳에는 홑이불 한 겹을 깔고 노숙생활을 하던 한 노숙인이 있었다. 김 경위와는 이미 구면이었다. 노숙생활을 전전하며 들어온 신고에 김 경위가 몇 차례 출동한 적이 있었던 것.

김 경위는 겨울만이라도 노숙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에게 집을 얻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며칠 뒤 김 경위가 쉬는 날 그는 다시 노숙인을 만났다. 사비를 털어 증명사진을 찍어, 임시신분증을 만들어 준 뒤에는 그에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인근 공인중개사를 찾았다. 부동산에서는 노숙인의 행색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여러 번 퇴짜를 맞은 끝에 반지하 빌라를 겨우 얻었다. 김 경위는 도시가스를 신청해 집을 따뜻하게 데워줬고, 쌀과 전기장판, 이불, 그릇 등 생필품도 전했다.

도움을 받은 이 노숙인은 "날이 추워 빌라 지하주차장이나 다리 밑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다"며 "경찰이 이렇게까지 도와주니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경위 선행은 이미 경찰 내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폭우에 발 벗고 삽으로 물을 손수 퍼내는 등 자발적 선행을 인정받아 대전지방경찰청장·서부경찰서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경위는 "우리도 석유호롱불 아래 어렵게 자랐고 쌀밥도 제사 지낼 때 한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며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인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 경찰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면전에서 욕을 듣는 일이 많아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경찰이 사명감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 대민 업무인 만큼 최선을 다해 근무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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