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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 영웅들보단 낮고 비천한 인물에 맘 쓰였죠"

2018-01-22기사 편집 2018-01-22 17: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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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오디세이] 42. 김종광 소설가

첨부사진1김종광 소설가는 "자기만의 소설을 성심껏 써내는 자체가 소설가의 의무라고 믿는다"며 1년에 단편 다섯 편, 장편 한 권을 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신호철 기자
특유의 입담과 풍자, 해학으로 성가를 올려온 소설가 김종광이 2년 만에 다시 독자 앞에 섰다. 지난 1763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떼거리 여정을 다룬 장편소설 '조선통신사 1·2'(다산책방)와 함께. 영조 39년에 떠나 '계미통신사'로 불리는 제11차 통신사의 좌충우돌이 뼈대를 이룬 작품으로 판소리와 마당극의 형식을 빌어 독창성을 높인 게 두드러진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 구조를 이끌어가되 종놈 삽사리와 소동(심부름꾼 소년) 임취빈, 군관 민혜수 등 10여 명의 인물이 소리꾼이 되어 그 때 그 때 1인칭 시점으로 상황을 풀어간다.

우연이되 시기가 절묘하다. 소설을 출판사에 맡기자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작품의 메시지가 오늘의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다. 김 소설가는 "조선통신사는 문화교류의 측면 보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더 가까웠다"며 "열강 틈바구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정부가 해법을 찾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정통역사소설은 처음 아닌가?

"사실 2007년에 첫 역사소설인 '율려낙원국'을 냈다. 유명한 '허생전' 패러디 후일담을 그렸다. 허생이 도적들을 모아 해외로 나가 율려낙원국을 건설하려는 우여곡절을 그린 팩션(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이다. 2014년에는 고종 황제의 손자의 삶을 조명한 '왕자 이우'를 출간했다. 전반부 '이우 실록'은 말 그대로 이우의 짧은 인생을 실록으로 고증했고 후반부 '이우 외전'은 이우가 히로시마에서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상한 팩션이다. '율력낙원국'도, '왕자 이우'도 정통역사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역사소설이라고 봐야 할 듯 싶다. 정통역사소설로 말하자면 '조선통신사'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집필의 계기를 들려달라.

"홍명희 선생님의 '임꺽정'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역사소설의 영웅주의가 싫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을 접하게 됐는데, 이게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았다."

-풍자와 해학을 녹인 걸쭉한 입담이 여전하다. 민초들에 주목한 듯 한데.

"한국소설이 워낙 엄숙하고 진지하다 보니 저의 유별난 문체를 '풍자와 해학' 혹은 '입담'으로 봐주는 듯하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민초들을 주목했다기 보다는 낮은 자들, 비천한 자들, 비루한 자들, 한 마디로 말해서 찌질이를 주목했다."

-주류보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끌어가는 무슨 이유라도 있나?

"제가 워낙 찌질이 인생이다보니 저랑 눈높이가 맞는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갖게 된 듯하다. (웃음) 사실 제가 주류와는 가까운 적이 없었다. 항상 비주류와 함께 했다. 주류의 감정은 잘 알지도 못하고 비주류를 중심으로 해야 이야기가 나온다."

-허구라고는 하지만 집필에 4년이 걸리지 않았나. 자료 조사의 어려움은?

"저 같은 경우에는 자료 조사할 때가 가장 쉬운 기간이다. 경제적인 여건 상 취재 같은 건 다니지 못하고 거의 자료만 조사하는 데, 읽고 연구하고 상상하는 일이라, 재미난 공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왕자 이우'때는 부족한 자료에서 찾아내고 뽑아냈다면, 이번 '조선통신사'는 넘치는 자료에서 걸러내고 남은 것을 엮어냈다. 어렵다기보다는 공부하는 재미가 있었다."



김 소설가는 사행에 참여한 문사들이 남긴 '일관기'와 '해사일기', '승사록' 등을 참조하면서 무대 뒤의 인물에 주목했다. 기초 자료를 공부하고 상상력을 덧대 버무리기까지 4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온갖 찌질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믿기 힘든 하모니가 되어 귓가를 멤돈다. 속도감 있고 유쾌발랄한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그는 퇴고한 뒤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에 대해 "하하, 우연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통신사가 오늘의 한·일, 한·중 관계에 시사하는 게 없을까?.

"사드 같은 여러 외교·안보 현안을 물으시는 듯한데, 저는 사드는 지엽적인 것이고 북한 문제의 차원으로 말씀 드리겠다. 조선통신사가 이루어진 진정한 까닭은 조선과 일본 사이의 자치국이나 다름없었던 대마도를 먹여 살리는 데 있었다고 본다. 대마도 사람의 생존이 안정되어야 조선과 일본의 평화도 가능하지 않았겠나. 또 대마도의 조선 창구인 초량왜관 유지도 중대한 이유였다. 대마도와 초량왜관이 중국·조선·일본을 잇는 삼국무역의 중심기지였던 거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중국·북한·남한의 모습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여겨진다. 북한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중국과 남한의 평화도 있지 않을까. 당시의 조선통신사, 대마도, 초량왜관은, 현재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고 금강산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다. 하루 바삐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고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되기를 고대한다."



북핵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상황이 엄중하지만 우리 정부가 평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슬기롭게 대처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소설가로서 일상이 궁금하다.

"사실 일상이라고 할 게 없다. 쓸 원고가 있으면 쓰고 강의 같은 일이 있으면 나가고 아무 일도 없으면 책을 읽거나 괴로워한다(써지지 않아서). 하루에 몇 시간씩 시간을 정해놓고 몇 십 장씩 집필한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사는 게 어렵다. 그래서 '조선통신사' 쓸 때 참 행복했다. 어찌 된 일인지 다른 일거리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별 일도 없어 하루에 50장씩 일수 찍듯 썼으니까."

-다음 작품을 귀띔해준다면?

"개인적으로 1년에 단편 다섯 편, 장편 한 권을 꼬박꼬박 쓸 작정이다. 발표 지면이 있든 없든, 책으로 나오든 못 나오든. 일단 2018년에 다섯 번째 단편소설집이 나올 예정이다. 올해 쓸 장편은 여러 기획이 있는데, 우선 우리나라 고전소설사의 3대 어벤져스인 전우치, 홍길동, 박씨 부인이 아동다옹하는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소설이 위기라고들 한다. 타개 방안이 없겠나?

"달리 방법이 없다고 본다. 소설이 스마트폰을 극복할 방법은, 글쎄. 어떤 독자 분들은 스마트 폰에 최적화된 웹 소설을 써보라고 하는데, 모든 작가에는 그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작가의 소설이 평론가나 대중에게 사랑받는 일은 차후의 일이 아닐까. 등단한 게 20년 전인데 그때도 소설은 항상 위기라고 했고 종언 혹은 죽음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열심히 일한 뒤에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대중이 존재하는 한 소설도 계속될 거라고 믿는다. 대중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소설만큼 확실한 이야기가 있나. 타개 방안은 없겠지만, 자기만의 소설을 성심껏 써내는 자체가 소설가의 의무라고 믿는다."

-문학도들에게 팁을 준다면?

"쓰고 싶은 것을 써라. 실제 체험에 바탕한 이야기를 쓰는 게 지름길이다. 문체와 구성과 캐릭터는 결국 비슷하다. 그 이상의 뭔가가 담겨 있어야 한다!"

-문단에서 충청인들과는 자주 만나나?

"의외로 많이 계시다. 문인 다섯 중에 최소 한 분은 충청도가 고향이지. 하지만 요즘엔 제가 문단에 거의 나가지를 않아서…"

-충청인들에게 인사말을 해달라.

"올해도 넉넉한 해학으로 강녕하셔요." 대담=송신용 대기자 兼 논설위원







따뜻한 웃음속에 긴 여운 특유의 해학적 작품 다수

김종광 소설가는

충남 보령이 고향으로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젊어서 잡지사와 출판기획사 등을 전전하다가 낙향해 보습학원 강사를 하거나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는 등 여러 경험을 했다.

1998년 문학동네 하계 문예공모에 단편 '경찰서여, 안녕'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화한다.

옴니버스 청소년 소설인 '처음연애'에서 1318의 사랑 역사를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아기자기 하게 그려내 주목 받았다. "참교육 담임을 안 만나고 개백정 같이 잡아주는 담임을 만났다면 적어도 4년제 대학은 갈 수 있었다"로 시작하는 '처음의 아해들'에는 작가만의 해학과 풍자가 유쾌하게 담겼다. 2008년 도시 처녀의 농촌 생활 적응기를 그린 '모내기 블루스'로 제4회 제비꽃 서민 소설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짬뽕과 소주의 힘', '낙서 문학사', '71년생 다인이', '야살쟁이록 1', '율려낙원국 1', '첫경험', '죽음의 한일전', '군대 이야기' 등 다수. 거의 모든 작품이 능청맞고 우스꽝스러워도 짠한 뒷 맛의 여운이 길다. 지난해 첫 산문집으로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를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소설가로 산 20년, 가족을 팔아먹고 살았다"고 털어놓은 김 소설가는 '이웃'이라는 포커스로 노동의 고단함과 소시민의 소소한 행복 따위를 담아 호평을 받았다.

제8회 대산창작기금(2000년)과 제19회 신동엽창작기금(2001년)을 받았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작가회의 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입담과 해학에서 우리 말의 가락을 살린 같은 보령 출신의 대선배 이문구(1941-2003)를 잇는 소설가로 불린다. 과분한 평가로서 자신에게는 굴레라는 게 김 소설가의 토로다. '가난해야, 상처가 많아야, 연애를 많이 해야, 방황을 많이 해야,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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