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불의 한자어 `火`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닮았다. 불을 숭앙하는 종교로 `배화교(拜火敎)`가 있다. 조로아스터교라고도 부르는 배화교는 고대 페르시아 종교이다. 조로아스터교 신자들은 불이 타오르는 작은 제단 앞에서 제례를 치렀다.
불이 인간에게 축복만 선사한 것은 아니다. 서기 64년 대화재로 로마가 불탔다. 1666년 런던 대화재로 시내 건물 85%가 잿더미가 됐다. 1657년 도쿄 대화재 때는 10만 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쿄 대화재는 런던 대화재, 로마 대화재와 더불어 세계 3대 화재로 기록됐다. 우리나라도 화재는 빈번했다. 세종 8년(1426년) 어느 초가의 아궁이에서 튄 작은 불똥이 대화재로 번져 한양의 민가 2100호가 불에 탔다. 대화재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같은 해 금화도감(禁火都監)이 설치됐고 세조 시절 멸화군(滅火軍)으로 확대됐다. 멸화군은 오늘의 소방관과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화재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과 아픔이 따른다.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이 숨진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망자만 40명인 2008년 이천물류창고화재, 그리고 지난해 12월 제천 화재참사와 올해 서울장여관 화재가 그렇다. 딸 둘과 방학기간 서울여행 왔다가 여관 화재로 희생된 세 명 모녀의 사연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빈곤층일수록 화재에 취약한 현실이 한숨을 더 깊게 한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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