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막말이 쏟아진다. 마치 기다렸던 것처럼 정치권은 참사를 기회 삼아 정리가 됐든, 안됐든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참사와 관련해 공감을 일으키는 언변은 없다. 참사로 인해, 정쟁의 장으로 변한 현장에서 제2의 피해를 받아야 할 유족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참사현장은 그저 마이크를 잡기 위해, 매스컴에 한 번 더 등장하기 위한 경쟁의 장이다. 위로를 위한 행동도 분명 있겠지만 매 번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기약할 수 없는 말들만 쏟아낸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참사에서 정치적 셈범을 따지고 던지는 말들은 무의미하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은 정치혐오만 불러일으킨다. 여야 모두 똑같다. 논리도 없고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말들을 이번 제천, 밀양 화재참사에서도 계속 쏟아냈다. 정치권이 쓸데없는 말 싸움에 시간만 낭비했다. 물론 원인 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책임소재 파악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정치인들은 지역 혹은 국민 의사를 대변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발전과 희망을 주는 매개체다. 일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표를 의식한 막말은 그만해야 한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유족 앞에서 상대방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은 유족에게 또 다른 아픔을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결과만 연출시킨다.

정치인부터 최소한의 절제와 언어로부터의 정화가 요구된다. 참사현장은 그들의 막말 무대가 아니다. 입 대신 귀를 기울려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실현시키는 소중한 교육공간이다. 정치인들을 비롯해 인터넷 뒤에 숨어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는 악플러도 명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의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내뱉는 막말이 마치 자신의 생각에 동조할 것이라는 착시 뒤에 숨은 위기신호를 감지해야 한다. 막말은 상대방에게 그대로 듣기도 싫고 짜증만 유발하는 순간이다. 정부던 정치권이던, 인터넷 상에서도 무작정 던진 정책이 막말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말이어야만 행동하고 따를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이 되돌릴 수 없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호 지방부 청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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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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