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귀에 익은 광고송에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가 있다. 비빔면이나 비빔밥 모두 한 손만으로 비비기 힘들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잘 비벼지지 않는다. 양 손이 있는데 왜 한 손만으로 비벼야 하나?

뇌를 젊게하는 습관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손 쓰기가 있다. 가령 왼손잡이라면 커피를 마실 때 잔을 오른손으로 든다. 평소 오른손으로 칫솔질을 했다면 왼손으로 해 본다. 익숙치 않은 손놀림이 좌뇌나 우뇌를 자극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쉽지는 않다. 왼손으로 양치질을 하다가도 다급한 마음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오른손을 쓰게 되곤 한다. 그만큼 익숙함은 무서운 것이다. 왼손잡이는 한동안 동서양 모두에서 금기시 됐다. 일본의 국보 1호인 아스카 시대의 고류사 미륵반가사유상이 오른손을 들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 오른손으로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은 우연일까?

평창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한다. 동계올림픽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나라 지도자들이 한국을 찾는다. 대한민국과 국경을 맞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고위급 대표단이 방문한다. 일부 사람들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며 북한이 수저만 올려 놓고 잔칫상을 차지해 버렸다고 비아냥 거린다. 이들의 딴죽은 남북 단일팀 구성부터 한반도기 게양 등 사안마다 계속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남과 북, 미국이 주먹을 풀고 양손을 들어 포옹하기에 좋은 기회이다. 이 기회를 날려버리자는 사람들에게 김광규 시인의 `왼손잡이` 일독을 권한다.

"남들은 모두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글씨 쓰고/ 방아쇠를 당기고/ 악수하는데/ 왜 너만 왼손잡이냐고/ 윽박지르지 마라 당신도/ 왼손에 전화 수화기를 들고/ 왼손에 턱을 고인 채/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느냐/ 험한 길을 달려가는 버스 속에서/ 한 손으로 짐을 들고/ 또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어야 하듯/ 당신에게도 왼손이 필요하고/ 나에게도 왼손이 필요하다/ 거울을 들여다보아라/ 당신은 지금 왼손으로/ 면도를 하고/ 나는 지금 오른손으로/ 빗질을 하고 있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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