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중국 춘절기간 동안 미세먼지 및 주요 화학물질의 대기중 농도분포(대전 기준). 1월 30일 새벽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 칼륨이 평상시보다 7-8배 증가했다. 같은 시기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발생하는 레보글루코산은 증가하지 않아 폭죽이 칼륨 생성 요인임을 시사한다. 자료=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2017년 중국 춘절기간 동안 미세먼지 및 주요 화학물질의 대기중 농도분포(대전 기준). 1월 30일 새벽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할 때, 칼륨이 평상시보다 7-8배 증가했다. 같은 시기 바이오매스 연소에서 발생하는 레보글루코산은 증가하지 않아 폭죽이 칼륨 생성 요인임을 시사한다. 자료=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해마다 찬바람이 불면 기세가 등등해지는 불청객 미세먼지. 역대급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목되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에 익숙하기에 미세먼지 역시 중국에서 온 것으로 대다수 우리 국민은 생각하지만 중국 당국은 과학적 입증이 필요하다며 오리발을 내밀어 왔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가스분석표준센터 정진상 책임연구원팀은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한반도 전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51-100 μg/m³) 수준인 것을 발견,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해 춘절 불꽃놀이에 사용한 폭죽과 상관관계를 최초로 규명했다.

단순히 화학성분만 분석해서는 초미세먼지가 중국산인지 국내산인지 입증하기 어렵다. 한중 양국 모두 산업이나 농업의 성격이 비슷해 현장에서 유사한 물질들을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KRISS 연구진은 초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인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을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폭죽이 연소할 땐 칼륨이 배출되고 바이오매스를 태울 땐 칼륨과 레보글루코산 농도가 같이 올라간다.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그대로인데 칼륨만 농도가 높아졌다면 폭죽이 미세먼지 발생 원인인 셈이다.

작년 1월 말 중국 춘절이 시작되면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국내 대기 중 칼륨 농도가 평소보다 7배 이상 높아졌지만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는 변화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설날에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다. 춘절 중국에서 터진 대규모의 폭죽이 만들어낸 초미세먼지라는 얘기다.

정진상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중국과 협력연구 및 정책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에서 "한국에 미세먼지가 심할 때 그게 중국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얘기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그렇다고 정부도 그렇게 얘기하면 곤란하다"고 말하던 중국이 이번 연구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관심이 쏠린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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