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어류의 서식지이자 수산자원 보호구역인 충남 서해안 천수만의 오염이 심각하다. 충남도가 처음으로 천수만 내측 30개 정점의 해수 수질과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다. 해수 수질의 경우 전체 5단계 중 `나쁨(4등급)-매우 나쁨(5등급)` 수준으로 나타나 부영양화가 주의 단계까지 치솟았다. 부영양화 오염지수는 천수만 해역의 해양퇴적물이 쌓이면서 3-7점으로 조사됐다. 일부 해역은 퇴적물에 대한 정화·복원 작업이 필요한 단계인 6점을 넘어섰으니 실태가 어느 정도인 지 짐작이 간다. 간월호와 부남호 등 담수호 4곳 24개 정점의 수질도 매우 나쁨(6등급)으로 확인돼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할 지경이 됐다.

천수만은 서산과 태안·홍성·보령지역 해안선 151㎞에 접해 있는 250㎢ 규모의 천혜의 만이다. 오랜 기간 주민 삶의 터전이 됐지만 1987년 대규모 간척지가 조성되면서 수질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바닷물의 유동량과 유속이 줄어들고, 갯벌이 사라지면서 부영양화된 민물이 만 내로 흘러 들어 더럽혀졌다. 축산폐수와 우천 시 침적토 및 퇴적물이 무차별적으로 유입된 게 주요인이다. 그럼에도 실태 조사는 늑장 이루어졌다. 오염이 지속되면 대하와 농어 같은 고급 어류의 서식지와 산란장 피해가 확산되고, 양식어장 황폐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더 늦기 전에 특단의 대책을 세울 일이다.

천수만 오염 실태는 담수호 조성 이후 얼마나 관리를 소홀히 했는 지 돌아보게 한다. 간헐적으로 수질개선에 나섰지만 원상태로 돌리기는커녕 손 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무엇보다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오염원 파악을 위해선 유관기관과 교차 조사를 통해 정밀 진단을 하는 게 필수다. 도는 천수만 해양환경 살리기 협의체를 꾸려 양식어장 환경개선 대책을 논의하고, 해양환경 개선사업 추진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한다. 구호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 수질 개선 효과가 나오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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