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당진시에는 기지시줄다리기라는 국가무형문화재가 있다. 매 윤년 음력 3월 초순에 열리는 대제행사와 매년 4월 초순에 택일, 열리는 소제행사가 치러진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약 500여년전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지시 장터 동쪽에 위치한 국수봉이란 구릉 정상의 국수당에서 매년 정초에 길일을 택하여 당제를 지내고 윤년에는 당제후에 줄다리기를 했다.

당제가 끝나면 줄을 만들어 수상 기지시에서 내륙쪽, 수하 기지시에서 바다쪽으로 나누어서 제각기 마을에서 짚단을 가지고 와서 줄을 대형으로 두 개를 만들어 추첨에 의하여 줄의 소유가 결정되면 다시 곁줄을 제각기 만든다. 수하가 암줄이 되고 수상은 숫줄이 된다. 줄이 완성되면 줄다리기 놀이 마당인 흥척동의 보리밭으로 길놀이를 시작한다. 이 광경은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위한 용트림의 광경으로 장엄하고 엄숙하다.

마을마다 용대기와 풍물을 가지고 농악소리와 함께 수천 수만명이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한다. 이때는 남녀노소 신분의 구별 없이 사는 곳의 구별 없이 누구든지 이곳에 참석한 사람이면 마음껏 줄을 다릴 수 있다.수상마을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해 지고 수하마을이 이기면 풍년이 든다. 어느 쪽이 이기든 다 승자가 된다. 승부가 결정되면 사람들은 곧바로 몰려들어 칼과 낫을 가지고 줄을 끊어가거나 도려가는데 그것을 다려 먹으면 요통이나 불임증에 약효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이며 줄다리기를 통한 농촌사회의 협동의식과 민족생활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기지시줄다리기가 협동의 정신을 보여주면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정치권에서는 매일 아슬아슬한 벼랑 끝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올해에 들어선 선거구 획정, 청년추경예산, 여야 대표회담,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줄다리기를 계속했고 최근에는 개헌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지시줄다리기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흥이 보이지만 정치권의 끝없는 줄다리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올해 기지시줄다리기는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당진시에 방문해 우리 조상들의 협동과 화합을 담아 시작한 기지시줄다리기 줄을 다리며 양쪽 모두가 승자인 진정한 게임의 의미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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