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맛있는 나방 종과 독나방 종을 구별할 수 있다. 나방들의 날개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향으로 종을 식별한다. 박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몇 몇 나방 종들은 독이 있는 나방 종과 비슷한 반향 패턴을 진화시켰다. 또 다른 나방들은 박쥐가 내보내는 파장을 굴절시켜 혼란 주고 박쥐 주변을 스텔스 폭격기처럼 유유히 날아 다닌다. 고래의 능력은 더 대단하다. 고래들은 수백㎞ 떨어진 곳에서도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각각의 고래들은 자기만의 노래 래퍼토리도 있다. 유발 하라리는 책 `호모데우스`(김영사)에서 "고래 한 마리가 새로운 히트곡을 작곡하면, 바다 전체의 고래들이 그것을 채용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인간이 박쥐의 반향, 나방의 생존법을 체득하고 고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 미래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이종간 완벽한 대화는 기술적으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 이종간 대화는 고사하고 동종간 소통에도 어려움 겪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이들에게 도움 될 만한 책 한권이 나왔다. 이정록 시인의 `동심언어사전`(문학동네)이다. 동심언어사전은 `가갸날`부터 `힘줄`까지 316편 시편들로 엮은 사전 형식의 시집이다. 천안에 사는 시인은 두 단어가 결합된 복합어를 시 제목으로 삼고 그 언어의 의미를 시화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언어와 언어가 만나는 기원을 탐색한 `동심언어사전`을 활용하면 동심의 놀이터로 돌아가 세상 만물과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수록된 시 가운데 `참사람`을 보자. `나 또한 남을 비추는 거울`이기에 이 봄 숨쉴 수 있다.

"난사람이 되려거든 못난 사람을/ 든사람이 되려거든 어리석은 사람을/ 된사람이 되려거든 못된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라/ 자기 자신이 못난 사람이라고 쥐어박고/ 자기 자신이 철부지라고 채찍질하고/ 자기 자신이 못된 사람이라고 입술 깨물며/ 사람 사이에 투명한 거울이 있다고/ 그 거울에서 늘 마주치는 코흘리개를 사랑하고/ 내가 또한 남을 비추는 금이 간 거울이므로/ 안간힘으로 버티며, 부서져 쏟아지지 않기를/ 날카로운 상처가 되지 않기를"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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