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인 리 애트워터(Lee Atwater)의 별명은 나쁜소년(bad boy)이다. 그의 전략은 오로지 상대방을 향한 네거티브였다.

애트워터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1988년 대선 때였다. 당시 대선은 부통령을 지낸 공화당 후보 조지 허버트 부시와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역임한 민주당 후보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다. 부시 후보는 레이건 정부 말기에 터진 정부와 테러리스트간 불법 무기 판매 등의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당시 듀카키스 후보와 17% 포인트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승리가 점쳐졌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부시 후보는 전략가인 애트워터를 영입했다. 애트워터는 자신이 제일 잘하는 네거티브로 선거전략을 짜고 듀카키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애트워터는 공화당 상원의원 한명을 사주해 듀카키스의 부인이 반전시위에서 미국 국기를 태웠고 증거자료도 갖고 있다고 폭로하도록 시켰다.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아니면 그만`식 폭로를 한 것이다. 이후 해당 상원의원이 증거 사진이 없다고 밝혔지만 유권자들은 듀카키스 부인이 미국 국기를 태웠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됐다.

애트워터의 네거티브는 효과적이었다. 지지율이 반등하자 그의 네거티브는 더욱 강해졌다. 애트워터는 듀카키스 후보가 주지사 시절 학교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애국심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하지만 듀카키스는 법안 서명 전 대법원에 의견을 물은 결과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은 뒤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었다. 대중들은 이런 설명을 듣지 않았고, 듀카키스의 애국심을 더욱 의심했다. 이후에도 애트워터는 광고를 통해 네거티브 공격을 이어갔고 결국 부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냈다.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인해 유권자들은 정치에 실망했고 투표율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6·13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상대방을 향한 의혹제기가 터져 나온다.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에서 승리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느끼게 한다. 정책선거가 아닌 상대방을 향해 비방과 흑색선전을 이어갈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현혹되지 말고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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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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