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쌓였던 잔설 녹아/ 졸졸 시냇물 흐르듯/ 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 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운 봄바람에/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 스르르 열리게 하소서/(이하 생략) 이 구절은 정연복 시인의 `봄날의 기도`다.

봄이다. 몸이 나른해지고 따뜻한 봄기운이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계절이다. 겨울철 내내 움츠렸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사람들은 야외활동에 나선다. 닫아 놓았던 창문도 활짝 열어 봄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들이고 겨울 동안 묵혀있던 때를 벗겨내기 위해 대청소를 한다. 따뜻한 봄 햇살은 일상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따사로운 봄의 이면에는 불청객도 존재한다. 바로 춘곤증이다. 이맘때가 되면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몸이 나른해진다. 자꾸만 졸리고 입맛이 떨어지는가 하면 정신집중도 되지 않고 이유 없이 피곤하기도 하고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특히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 시간에 심각하다. 우리의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고 사무실 책상 앞에서 고개를 연신 흔들며 졸음과 사투를 벌이게 만든다. 춘곤증은 몸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봄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신체 리듬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일종의 피로증세를 말한다.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며 질병은 아니다. 나른한 피로감, 졸음, 집중력 저하, 권태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현기증 등이 대표적인 춘곤증의 증상이다.

봄 날씨로 인해 직장인들은 춘곤증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포털 벼룩시장구인구직이 20대 이상 직장인 867명을 대상으로 `봄철 춘곤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6.2%가 `봄철 춘곤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춘곤증을 겪은 적이 없다`고 답한 직장인은 3.8%에 불과했다. 직장에서 경험한 춘곤증 증상으로는 `계속 쏟아지는 잠`(38.4%)을 1위로 꼽았고 `업무 집중력 및 의욕 저하`(29.6%), `만성피로`(24.2%), `잦은 분노와 짜증`(4.8%), `소화불량, 두통 등의 신체이상`(3.0%)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었다.

카페인을 섭취해 춘곤증을 이겨내기 보다는 규칙적인 운동, 영양섭취, 균형 잡힌 생활습관 등으로 봄의 불청객을 극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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