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은 국민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는 날이다. 전국민이 못 다 핀 꽃송이들을 차디찬 물속에 남겨뒀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4년 전 3월 16일은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인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본격화됐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은 바쁜 하루를 시작했다. 얼마 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세월호 여객선 사고 소식을 접했고 많은 사람들은 승객들이 무사하게 구출되길 바랬다. 곧이어 일부 언론을 통해 승객들 대다수가 구출됐다는 속보가 나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승객들이 여전히 배에 남아 있다는 소식이 전달됐고, 국민들은 무사 귀환을 간절하게 소망했다.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 수록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게 됐다. 하루 하루가 지나면서 실종자 숫자는 줄어들었고 사망자 숫자는 늘어났다. 전 국민이 상주가 된 마음으로 술자리나 각종 행사 등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이지만 많은 국민들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냈다. 하지만 정치권은 달랐다.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졌고 세월호를 이용해 선거를 하는 후보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부 후보는 폭탄주를 돌리며 술을 마셨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 입장에서는 하루가 천금 같은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50일 뒤 선거에서 충청권 4곳의 광역자치단체장은 모두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했다. 당시 사고 수습 단계에서 미숙했던 정부의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고 정부 여당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돼 야당이 싹쓸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치권은 또다시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뒀다.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아 무고한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사고와 같은 참혹한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선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정치는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인재를 미연에 막기 위한 사회 안정망 마련도 정치인들의 손에서 시작된다. 정치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하다. 6·13 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인상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