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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춘풍추상

2018-04-16기사 편집 2018-04-16 16: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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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골프를 배우면서 한 선배가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 선배는 '앞으로 필드에 나가면 동반자한테는 최대한 배려를 하고, 나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함을 기억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차차 필드에 나가면서 그 이유를 눈치코치 몸으로 터득할 수 있었다. 요즘 이 '배려'와 '엄격'의 기준 잣대로 나라가 우수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을 강조한 신영복 선생이 쓴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고 한다.

'춘풍추상'은 중국 명나라 말기 문인인 '홍자성'의 어록을 모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전해진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내 '배려'와 '엄격'으로 일맥상통이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겉과 다른 속을 가진 공직자들을 무수히도 많이 봐왔기에 이 말을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이미 학습해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공직에 지명 될 때 무난할 것 같던 임용은 때론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갖가지 행동들이 밝혀지면서 끝내 낙마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위법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너는 그럴 줄 몰랐다'는 일종의 배신감이 여론으로 크게 작용했다.

김기식 금감원장도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대척점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청와대가 김 원장의 여러 의혹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황이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그의 상식 밖 부적절한 행동은 이미 국민들의 마음을 잃었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김 원장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서는 등 재벌 저승사자란 그의 닉네임에 흠집이 갔다. 여기에 현 정권의 노이로제 같은 말인 '댓글' 관련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춘풍추상이 무색하다. 어느 지인이 요즘 세태를 보면서 보내온 문자를 보니 '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남을 아는 자는 똑똑하고, 자기를 아는 자는 현명하다.' 요즘 곱씹어볼 말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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