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골프를 배우면서 한 선배가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 선배는 `앞으로 필드에 나가면 동반자한테는 최대한 배려를 하고, 나 자신에게는 엄격해야 함을 기억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차차 필드에 나가면서 그 이유를 눈치코치 몸으로 터득할 수 있었다. 요즘 이 `배려`와 `엄격`의 기준 잣대로 나라가 우수선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을 강조한 신영복 선생이 쓴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고 한다.

`춘풍추상`은 중국 명나라 말기 문인인 `홍자성`의 어록을 모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전해진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내 `배려`와 `엄격`으로 일맥상통이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겉과 다른 속을 가진 공직자들을 무수히도 많이 봐왔기에 이 말을 실천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이미 학습해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공직에 지명 될 때 무난할 것 같던 임용은 때론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갖가지 행동들이 밝혀지면서 끝내 낙마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위법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너는 그럴 줄 몰랐다`는 일종의 배신감이 여론으로 크게 작용했다.

김기식 금감원장도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의 대척점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청와대가 김 원장의 여러 의혹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황이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그의 상식 밖 부적절한 행동은 이미 국민들의 마음을 잃었다.

최근 한 언론매체의 여론조사 결과 `김 원장이 사퇴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50%를 넘어서는 등 재벌 저승사자란 그의 닉네임에 흠집이 갔다. 여기에 현 정권의 노이로제 같은 말인 `댓글` 관련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춘풍추상이 무색하다. 어느 지인이 요즘 세태를 보면서 보내온 문자를 보니 `노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남을 아는 자는 똑똑하고, 자기를 아는 자는 현명하다.` 요즘 곱씹어볼 말이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