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개그맨 전유성씨가 산파 역할을 한 경북 청도의 코미디 철가방극장이 문을 닫는다. 극장측은 이달을 마지막으로 공연이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철가방극장은 2011년 세워진 코미디 전용극장이다. 지금까지 440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고 관람객은 20만명에 달한다. 문화의 다양성이 약화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일이다.

처음 이곳은 코미디의 메카나 개그맨 양성소로 불릴 만큼 큰 관심을 끌었지만 우리나라 코미디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풍자와 해학은 경직된 사회에서는 발휘되기 힘들다. 정치를 풍자하던 개그맨들과 TV 프로그램들을 어느 순간 보기 힘들게 됐다. 코미디를 웃어 넘길 수 없을 만큼 불편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예전에 유행하던 소극장 공연식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자취를 감췄다. 방송이라는 무대가 좁아지면서 개그맨 지망생도 줄어 철가방극장은 단원 모집에 애를 먹었다. 관람객도 점점 줄어들어 결국 폐업의 길을 겪게 됐다.

개그맨들은 사회자로,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로 옮겨가 버렸다. 정치인들이 너무 웃겨 개그맨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시의원이 된 개그맨도 있다. KBS공채 6기로 입사한 이 코미디언은 정치인이 된 후에는 개그보다는 정치에 주력하는 듯 하다. 유치원 교사, 웃음치료사, 레크레이션 지도사 등 시민으로서 활동도 왕성했고 세 아이 엄마로서 쌓은 생활정치 내공이 상당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개그맨이 종편 방송 리포터로 맹활약하면서 정치인과 기자의 역할을 삼각관계로 풍자한 말이 최근 회자된다. `요즘엔 정치인은 개그를 하고 기자는 정치를 하고 개그맨은 기자를 한다.`

현대사회가 직업간 구분이 모호해지고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다지만 본분을 제대로 할 때 얘기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내팽겨치고 다른 잿밥에 눈을 돌려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일과 시간에 휴식을 취하고 엉뚱한 이를 조언가로 삼은 결과가 어떤 지는 잘 알려져 있다.

공자께서도 말씀하셨다. "정치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이다."

약은 약사에게, 개그는 개그맨에게 맡기자. 각자의 역할을 다할 때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설 필요 없이 생업에 충실하면서 느긋하게 코미디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이용민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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