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르신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참 우스운 이야기를 들었다.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호적을 보면 생일이 5일, 10일 등 5일 단위로 생일이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예전에 아기가 태어나면 호적신고를 읍·면사무소에 가서 해야 하는데 교통이 불편해 대부분 동네 이장들에 호적신고를 부탁했고 이장은 매일 읍·면사무소를 갈 수 없으니까 오일장이 서는 날이 겸사겸사 시내로 나가 호적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아기가 자라 어른이 되면 오일장이 서는 날 공동 생일잔치로 장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놓고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오일장(五日場)은 닷새마다 서는 시장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근대의 상설 시장이 들어서기 전에 형성된 상거래 장소였다. 조선 전기 무렵에는 보름, 열흘, 닷새, 사흘 등 지역마다 장이 서는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으나,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오일장이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오일장은 인근 여러 지역이 날을 달리하며 열렸고, 장에서 장사이의 거리는 보통 걸어서 하루 정도였다. 보부상들은 이를 이용, 장터를 돌며 물품을 팔았다. 장터에는 좌판을 열 공간 이외에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주막과 같은 공간이 있었고, 장꾼들이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국밥과 같은 음식이 생겨나게 됐다. 보부상은 봇짐장수와 등짐장수를 아울러 부르는 말로, 봇짐장수는 값이 비싸고 들고 다니기 쉬운 방물과 같은 물건을 팔았고 등짐장수는 소금, 미역, 생선과 같이 무게가 나가는 물품을 팔았다. 이러한 보부상을 장터와 장터를 오가며 산다고 하여 장돌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전통시장이 대부분 상설시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오일장이 서는 곳이 없지만 지방에서는 지금도 오일장이 꾸준히 열린다.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만남의 광장으로 아직도 인기 만점이다.

오일장에 가면 순대, 곰탕 등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군것질거리들부터 각종 과일, 옷, 농기구 등등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음식냄새, 사람냄새, 추억냄새가 가득한 오일장.삶이 고단하고 지칠 때 오일장에 가서 막걸리에 파전으로 잠시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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