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성장장애 새 치료·예방법 기대"

정상 초파리와 호르몬 조절 초파리의 크기 비교. 야생형 초파리 유충시기에 영양분 섭취를 제한할 경우 성체크기가 작아진다. 그러나 인슐린성장인자를 억제하는 Imp-L2가 결실된 초파리에서는 유충시기 영양분 섭취 제한을 해도 성체크기가 거의 작아지지 않는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정상 초파리와 호르몬 조절 초파리의 크기 비교. 야생형 초파리 유충시기에 영양분 섭취를 제한할 경우 성체크기가 작아진다. 그러나 인슐린성장인자를 억제하는 Imp-L2가 결실된 초파리에서는 유충시기 영양분 섭취 제한을 해도 성체크기가 거의 작아지지 않는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성장기에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키가 작아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영양이 부족하면 신체 내에 어떤 변화가 이뤄지는 지 세세히 밝혀져 있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그 과정을 분자 유전학적으로 규명해 성장장애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24일 한국연구재단은 현서강 교수(중앙대학교) 연구팀이 초파리 유충의 영양 상태가 성호르몬 활성을 변화시키며, 그 결과 성장 신호가 변하는 과정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많은 외부 환경 요인들이 유년기 신체성장에 영향을 주는데,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개체의 영양상태이다. 유년기 급격한 성장을 위해 많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시기의 제한된 영양상태는 경우에 따라 개체 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세포가 영양상태를 감지하고 성장을 매개하는 신호로 인슐린성장인자 신호전달/TOR 신호전달 과정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떻게 개체 수준에서 영양상태 정보가 주요 대사 기관들 사이에서 교신돼 조화롭게 개체의 대사 및 성장이 조절되는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팀은 발생과정이 사람의 성장과 비슷한 초파리를 연구모델로 삼았다. 초파리의 주요 유전자 및 질병 관련 신호전달 체계를 살펴보면 사람의 유전정보가 그대로 보존된 경우가 많다. 초파리 유충은 신체가 급격히 성장하다가 사춘기 후반 성호르몬이 최고조로 활성화되면 성장이 서서히 멈춘다.

연구팀은 사춘기와 같은 제3령기 이후의 초파리 유충에 영양분 공급을 제한했을 때 성호르몬인 엑다이손 생성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체내 엑다이손 양이 증가하면 인슐린성장인자를 억제하는 호르몬인 Imp-L2의 생성이 활발해진다. 이로써 인슐린성장 신호가 낮아지고 초파리의 신체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 엑다이손 호르몬 신호전달을 차단했더니 영양 공급이 부족해도 크기가 작아지지 않았다.

현서강 교수는 "지난 2012년 성호르몬이 몸의 크기를 조절한다는 것을 발표한 데에 이어서, 사춘기 시기 영양 부족이 성호르몬과 성장 신호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최초로 밝힌 것"이라며 "사춘기 영양 부족 및 성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성장 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예방법 개발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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