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면 자녀와 함께 산다`는 말은 이제 들어보기 어렵게 됐다. 노인들 스스로가 `자녀와 동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7명은 실제로 자녀와 동거하지 않았고, 10명 중 6명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길 원했다. 자녀들이 모시지 않아서 라기 보다는 자녀와 사는 것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녀와 동거하고 있는 경우에도 `같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응답한 노인은 14.8%에 불과할 정도다. 자식이 노부모와 함께 사는 모습이 되레 유별난 세상이 됐다.

복지부 노인실태조사는 2008년, 2011년, 2014년에 이어 네 번째다. 노인들의 거주형태나 건강상태, 의식변화 등을 엿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은 평균 2.7개이고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도 15%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갈수록 노인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특히 독거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독거가구일수록 부부가구보다 간호문제, 경제적 불안감, 심리적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망도 갈수록 약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과 비교할 때 친인척, 친구, 이웃과 연락하는 비율이 낮아졌을 뿐만아니라 자녀와의 왕래도 줄었다.

노인이 혼자 사는 것은 이제 사회적인 흐름이 됐다. 자식들이 모시고 살면 더 바랄게 없지만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노인들 스스로가 혼자 살길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신과 육체, 경제적으로 `노령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각종 질환에 시달리기 일쑤다. 여가활동은커녕 대화상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혼자사는 노인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인가구에 대한 지원과 대책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가능한 선제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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