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 치우며 1500조 원대에 육박한 가계 빚 증가세가 심상찮다.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나며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한국은행이 그제 내놓은 `2018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3월 말 가계신용은 1468조 원으로 3개월 만에 17조 2000억 원이나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라는 게 꺼림칙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규제를 강화하자 고금리 기타 대출이 4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가계 부채 총량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는 점도 걸린다. 올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상황이고 보면 가계 빚은 더 늘어날 개연성이 농후하다. 금융안정 저해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관리가 절실하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로 급감한 대목도 예사롭게 봐서는 안 되겠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의 경우 월평균 128만 67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0% 줄어들었다. 이런 감소 폭은 2003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크다. 늘어나는 가계 빚과 맞물려 한계 가구의 어려움이 커질 건 보나마나다.

안 그래도 한국의 경기 선행지수가 뒷걸음질치고 있어 9월부터 경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빚더미에 깔린 가계가 상환 부담에 허덕이며 소비를 하지 못하면 경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저소득층 등 채무불이행 위험이 큰 한계 가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중금리까지 들썩이는 현실을 감안해 가계 빚이라는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하기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