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세우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로를 내 대형참사를 막은 한영탁 씨는 지난달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 생전의 마지막 의인상 수상자가 됐다.
LG의인상의 뿌리는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돕는데 거액을 희사한 구인회 창업주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이 지난해 철원 사격 훈련장의 빗나간 총탄 때문에 아들을 잃은 피해자 부모가 "어느 병사가 쐈는지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말에 감동을 받아 사재를 털어 1억원을 전달 했다는 소식은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괜찮은 재벌 총수`의 기준도 암묵적으로 상향조정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5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6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 따르면 LG는 국내 30개 재벌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갑질 아내와 딸`을 보유한 한진그룹의 신뢰도는 -39.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 정부 들어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재벌개혁은 투명한 경영,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상식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연일 들리는 소식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피해자와 합의(5000만-1억원)를 이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힘 빠지는 보도 뿐이다. 여기 똑같은 1억원이 있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억지로 내놓은 1억원과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스스로 내놓은 1억. 둘 다 거액이지만 하나는 10원어치도 안되는 1억이고, 다른 하나는 100억원 이상의 가치를 품은 귀한 1억인것을 한진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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