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통합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 진행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한마디로 격변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냉온탕을 오가는 남북미 관계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한반도 평화와 통합의 길목에는 지난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재검토 사태와 같이 무수히 많은 혼란과 난관들이 가로놓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마음 졸이며 일희일비해야 할까. 남북 통합의 원칙과 방향, 나아갈 비전이 있다면 좀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이 남북 평화통합의 길에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목적은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함께 준수할 원칙과 방향을 수립하고 이론적 개념에 기반한 비전을 모색하는 데 있다. 원칙과 미래상의 부재, 규범과 비전의 결여로 남북한 관계는 적대와 교류협력 사이를 오가고, 우리 사회 내 남남갈등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남북한의 관계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양상이 되풀이되어온 저간의 역사는 남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일관된 철학적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로주체적 통합`을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 추진 과정의 기본 원칙이자 방향으로 정립한다. `서로주체`는 `홀로주체`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너와 나의 만남의 방식이나 자세를 지칭한다. 서로주체적 만남은 너와 내가 서로의 주체성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동등한 주체로 만난다.

저자는 남과 북의 서로주체적 관계 수립과 통합 중 하나만 선택한다면 서로주체적 관계 수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북한과 통합을 추구해야 하는가`보다 `북한에 대해 서로주체적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가 더 논쟁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담론들과 달리 우리가 통일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떤 유형과 방식의 통일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원칙을 수립하고 그것을 우리가 지향할 방향으로 제시한다. 이로써 통일 문제에 대한 학문적·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

또한 `분단-통일`의 특수론적 시각 대신 `분리-통합`의 일반론적 시각에서 남북한 관계와 통일 문제에 접근한다. 우리는 통일 문제를 분단국에 국한된 문제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가 사용해온 분단-통일 개념 자체가 분단국이라는 특수 사례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분리-통합 개념은 기존의 분단-통일 개념의 특수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보다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보게 해준다.

다음으로, 남북한 관계의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남북한이 홀로주체적 자세로 만나는 한 적대적 대립과 일방적 흡수통일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통일이 안 되어도 문제고 통일이 되어도 문제다. 남북한이 서로주체적으로 만날 때 비로소 평화와 우애를 나눌 수 있다. 이 연구는 서로주체적 관계 중에서도 분리가 아닌 통합을 구현할 비전을 제시한다.

국민들이 서로주체적 통합의 원칙을 견지할 경우 홀로주체적인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서로주체적 관계에 합의하도록 할 것인가에 관해 고민해야 하듯이, 홀로주체적 대북 자세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 내의 주류세력으로 하여금 어떻게 서로주체적 자세를 갖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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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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