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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때리기도 실전처럼 웃음기 빼고 연기몰입 무대에선 프로가 되죠

2018-06-13기사 편집 2018-06-13 1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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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극단새벽 '아버지없는 아니' 연습현장을 가다

첨부사진1연극 '아버지 없는 아이' 공연장면. 사진=극단 새벽 제공
"자, 공연 2분 전…오프닝. 프리셋 아웃, 대문, 조명 고, 방 조명 전체…쉿…"

"이상하네…영감 기침소리가 들리지 않는 방이라니…"

초여름의 더위가 채 빠지지지 않은 오후 6시 대전시 서구 갈마동의 허름한 연습실에서 배우들이 힘있게 던지는 대사가 적막을 깨운다.

대한민국연극제 개막을 삼일 앞둔 지난 12일. 대한민국연극제 대전 대표 출전팀 '새벽'의 배우들은 출전작 '아버지 없는 아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바지 연습에 임하고 있다. 연습 시간도 경연시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연습 시작 전 발랄하고 장난기 넘치던 배우들은 한선덕 감독의 공연 시작을 알리는 한 마디에 연극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무대에 등장할 순서를 기다리는 배우들은 감정 선을 이어가기 위해 무대 한 곳을 응시하며 완벽하게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야기가 절정을 향해 갈수록 배우들의 연기도 보다 강렬하고 진해진다. 연습이지만 뺨을 때리거나 겁박하는 연기도 실전처럼 임하는 모습에서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1막의 연습이 끝나자 마자 "내가 너무 세게 때렸지 현우야"하며 상대 배우를 챙긴다. 또 한 감독의 평가에 배우들은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며 무대에서의 위치 등을 수정하고 작품을 세밀하게 다듬어 나간다. 극단 새벽은 1990년 6월 1일 창단해 올해로 28년째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2005년 대전에서 전국연극제가 열린 이후 13년 만에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단위 연극제인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새벽은 지역의 희극공모로 당선된 작품을 전국에서 모인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새벽으로서는 2008년 인천에서 열린 전국연극제 금상 수상 이후 10년 만에 얻은 전국대회 출전권이다.

연극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1920-30년대 우리나라 식민지시대의 한 어촌 바닷가 여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식민지시대의 이야기이나 단순히 그 시대상만을 표방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과 사랑에 의해 파생된 모순성, 불안감, 비극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 등을 보여준다. 당시 조국이 없던 시대의 삶은 마치 아버지가 없는 삶과도 같은 태생적 불안함을 보여준다.

이 연극은 남편을 잃은 미망인 최자영과 주인아들인 윤을 사랑하는 여관여급인 반쪽 조선인 카오루, 도박빚으로 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 투숙객 정수훈, 모던걸이 되고 싶어하는 딸 청조,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무기력한 지식인의 표상인 아들 윤의 이야기이다.

두 번의 재혼으로 아버지가 다른 자녀를 키우는 최자영은 억척스럽게 여관을 이끌어가는 여주인이다. 여관 주인이 된 최자영은 누더기 같은 과거를 집어던지고 남자를 통해 선망의 신분 상승을 꿈꾸면서도 사랑을 애처롭게 갈구한다. 아버지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딸 청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너무나 빨리 잊으려고 하는 엄마를 미워한다. 법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아들 윤은 독립운동을 하는 친구들을 배신하고 약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폐인의 삶을 산다. 어느날, 딸 청조가 최자영과 투숙객 수훈의 은밀한 대화를 엿들으며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이 알려지게 된다.

이 연극에서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는 '조국'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이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를 상징하고 있다. '아버지'가 없는 인물들이 힘겹게 작은 희망을 품고 달려간다. 다섯명의 배우들은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을 극중으로 끌어당기고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운다.

한 감독은 "국제적인 이슈와 지방선거, 월드컵 등으로 대한민국연극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연극제 소식을 듣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힘이 난다. 대전을 대표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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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연극 '아버지 없는 아이' 공연장면. 사진=극단 새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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