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코틀랜드 연안의 바다 속에 새로운 데이터 센터 모듈을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네틱(Natick)이라고 하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추진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MS에서 개발한 이 데이터 센터는 바닷물과 조류를 이용해 냉각하며 보조 전원을 공급 받는 친환경적 성능, 그리고 설치운영이 신속한 미래지향적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MS에서는 이미 2016년에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작은 형태의 데이터 센터를 시험적으로 실험한 바 있는데, 이번에 길이 12m, 용량은 컨테이너 크기의 서버 864개를 탑재한 데이터 센터를 수심 30여m 해저에 설치한 것이다.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접근도 어렵고 고장 수리도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두 가지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첫째는 에너지 효율 문제 해결이다. 바다 속에서 차가운 바닷물로 냉각 효율을 높이고 해안의 풍력발전소 전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급격히 증가하는 정보량에 대한 문제 해결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대도시는 해안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해저에 데이터 센터를 설치함으로써 데이터 센터 부지 문제와 데이터 트래픽 분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식상할 만큼 자주 듣는 용어가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방향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현재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드론, 3D 프린팅, 인공지능이나 무인자동차가 들어가 있는 멋있고 환상적인 기술 개발성과를 그리는 데 익숙하지만, 이를 위한 국가적 핵심기술은 구체적이지 못하다.

MS와 같은 세계적 IT 전문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센터의 전략 속에서 우리의 4차 산업혁명 추진 엔진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지속가능한 전력 에너지의 확보이며, 둘째는 정보 서비스의 소비자와 생산자에 근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전기에너지의 확보는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지속가능하며 청정한 에너지가 없다면 전기자동차 운영이나 사물인터넷 서비스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MS사의 해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나 구글의 태양광 전원을 사용하는 그린 데이터센터 개발처럼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고효율의 청정 데이터센터 개발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IT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의 기술력 평가를 전력사용 효율(PUE)로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추진의 동력은 `에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론 택배나 3D 프린팅, 스마트공장의 구체적인 목표도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고 효율화하는 데 있다. 이들 기술에 대한 경제성과 기술 수준 평가는 에너지 사용 절감과 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좌우한다. 에너지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에너지 소비를 고 효율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보다 빠르고 안정된 정보 통신망이 있어야만 무인자동차나 스마트시티, 드론 택배 등과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최근 개발중인 데이터센터 전략은 다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같은 중앙집중식 데이터센터로 보내지 않고 현장 혹은 근거리에서 바로 처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서비스와 기술은 이처럼 소비자와 생산자에 밀착되어 짧은 시간 내에 공급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설치와 공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기업들의 추진동력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 추진의 원동력은 지속가능한 에너지 활용 요구와 수요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한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현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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