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들의 원성을 사온 국책 연구비관리시스템이 수술대에 오른다. `범부처 연구비통합관리시스템 추진단`이 어제 한국연구재단에 본부를 두고 발족했다. 시대착오적인 연구비 관리는 그동안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에게 지나치게 행정업무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연구와 기술개발에 집중해도 아쉬운 현실에서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근거를 제출하기 위해 출장지 편의점 영수증까지 챙겨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조속히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이 시스템이 통합되면 연구비 집행 시 보관·제출하던 종이영수증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또 연구비 집행정보 입력항목이 20-30% 줄어들고, 연구비카드도 1개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어 행정업무 부담이 상당 부분 경감될 전망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 통합Ezbaro의 경우 연구자 입력항목이 520여 개에서 330여 개로 축소될 것이라는 설명이고 보면 왜 진작에 개선에 나서지 않았는 지 의구심을 감추기 어렵다. 이전에는 연구자가 과제 참여 때마다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따위의 종이서류를 제출해야 했다니 정부 R&D 사업 행정 처리가 얼마나 복잡했는 지 알 만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예산 규모는 세계 수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혁신성장을 이끌 만한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영수증에 풀을 붙여가며 연구비 정산에 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정작 연구에 매진할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예산을 집중 지원해 장기 과제를 밀어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다. 현장 연구자들의 행정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도록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혹시나 정부 연구비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으로 회계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있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엄단하면 그만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