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거 투쟁 [김동하 지음/궁리·288쪽·1만 5000원]

"한창 주거 문제로 골몰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괴테의 책을 읽다가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문장이 내 눈에는 신기하게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이사한다`로 읽히는 것이 아닌가. 주거 문제가 은연중 내 삶에 중요한 비중으로 다가와 있었다. 10대 시절에서 30대 후반의 지금까지, 내가 살았던 집을 하나씩 되돌아보면서 백지에 `주거 이력서`를 써 내려갔다. 처음엔 단순히 주거 문제라 생각했지만, 어느덧 `주거=인생`이었다. 집은 나의 희(喜), 로(怒), 애(哀), 락(樂)과 묵묵히 함께해오고 있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또 앞으로 전개될 `주거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본문에서

저자는 10대에서 30대까지 20여 년간 대략 20여 건의 주거 형태에서 살았다. `식당에 달린 방, 식당 집 옆 자취, 기숙사, 옥탑방, 주인집 옆 월세살이, 하숙, 자취, 그냥 월세, 우편물 수령이 어려운 다가구주택, 공동 화장실 옆 미닫이 방, 후배 집에 얹혀살기, 선배 원룸에 얹혀살기, 독신자 간부 숙소, 달동네, 보증금 있는 월세, 반지하, 신혼집, 다가구주택 전세, 주말부부, 급경사에 있는 빌라`, 최근에는 월세와 전세에 마침표를 찍고 보금자리론으로 대출 한도를 꽉 채워 아파트 매매에 성공, 꿈꾸던 내 집 마련을 이뤘지만 2031년이 돼야 대출금을 다 갚고 온전한 내 집이 된다.

헌법 35조 3항.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조항의 `노력해야 한다`는 구절은 확실하게 주거권을 보장하지 않는 표현으로 한편에서 비판받고 있다. 책을 보면 주거권이 왜 인간의 기본권인지, 그저 한 개인(가족)의 일대기와 성장기를 통해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거창하게 주장하려 하지 않고 일인칭의 개인적 고백을 큰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더불어 주거를 선택하는 기준이 마냥 넓고 비싼 집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음을 넌지시 들려준다. 그러면서 나에게 허락되는 최소한의 공간이 `투쟁`으로 획득되는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나와 우리 곁의 사람들을 응원하는 책이다.

현대인은 누구든 좀 더 나은 주거를 위해 몸부림친다. 저 많은 아파트와 집 중에 왜 내 몸 하나 뉘일 곳이 없는지 한탄스럽고, 치솟는 집값을 욕하면서도 나도 어서 내 집을 마련해 저 대열에 편입하고 싶은 유혹도 든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매매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은 모두 `주거 투쟁`의 주체라 할 수 있다.

30대 후반으로 향해 가는 저자 역시 주거 투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10대 시절, 이사를 자주 다니며 여러 형태의 주거를 경험했고, 대학에 들어가며 독립해 자취와 하숙, 더부살이를 오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주거 투쟁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이 책 은 30대인 저자가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집을 하나씩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주거 이력서`다.

아주 사적(私的)인 주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삶에 주거가 왜 중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주거권은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다, 라고 말하기 전에 한 개인의 삶을 `주거`와 `집`, `이사`라는 주제어로 그려 보이며 집의 의미를 구체적인 삶 속에서 되짚어 보게 하는 글들이다. 인생의 과정마다 몸으로 부대끼며 알게 된 집의 의미가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그려진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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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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