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빙빙 돌아가게 만들어 놨는지…. 여기 법정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되요?"

대전법원 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이 안내데스크에 하루에도 수 십 차례 묻는 질문이다. 대전법원 청사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유동인구가 많아 정문의 역할을 하는 북문을 통해 진입해 법원 청사에 들어서면 보안을 위해 설치한 카드출입기와 직원이 자리잡고 있다. 법원에 처음 들어선 이들은 카드출입기 너머에 있는 승강기와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 모르는 복도를 마주치면 당황하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안내데스크로 가 행선지를 묻는다. 재판 참석, 등기 관련, 경매 등 대다수의 업무는 진입한 곳이 아닌 반대쪽(남쪽)으로 가야 처리할 수 있다. 그 곳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다. 업무를 보기 위한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법원 로비(북측)에서 ㄷ자 형태의 폭 2m 남짓 복도를 따라 약 40m를 이동해야 한다. 카드출입기가 설치되기 전에는 승강기가 위치한 길을 가로지르면 건물 뒷편으로 쉽게 갈 수 있었지만 이 길을 보안상의 이유로 폐쇄하면서 불편은 가중됐다.

건물 뒷편으로 가는 길에는 노란색 줄이 법정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지만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나 법원에 처음 오는 이들은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 지 두리번 거리기 일쑤다.

5일 법원을 처음 찾았다는 이모(47)씨도 "경매 업무로 법원에 오게됐는데 어디로 가야 될 지 몰라 한참 헤맸다. 겨우 발견한 안내도우미의 도움으로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왜 좁은 복도를 돌아 가도록 해놨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편은 법원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도 마찬가지. 변론을 위해 한시 바삐 법정으로 향하다가 좁은 ㄷ자 복도에서 부딪혀 변론 자료를 떨어뜨리는 변호사도 목격되고, 3-4명이 동시에 지나가면 앞질러 갈 수도 없는 구조여서 발걸음을 동동거리는 변호사도 있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보안을 위해 카드 출입기를 설치했다고는 하지만 1층에서부터 설치할 필요는 없다. 판사실이 위치한 곳에는 카드 없이는 출입이 되지 않는 잠금 장치가 또 있다"며 "카드 출입기 설치로 인해 불편을 겪는 민원인들과 법원을 자주 이용하는 변호사들을 위해서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법원 측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법원 측은 민원인들의 불만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고, 안내판 등을 설치해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법원 관계자는 "민원인들의 불편을 익히 잘 알고 있지만 편의와 보안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카드 출입기를 설치했고 이에 따라 불편을 겪고 있다. 그래도 청사 외곽을 돌지 않고 건물 내에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며 "앞으로 청사 안내 도우미가 더 안내를 잘 할 수 있게끔 하고 곳곳에 안내판도 세워 불편을 줄이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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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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