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즐거움만 느껴야 할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주로 10세 미만 어린이에게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성조숙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지난해 9만 5524명으로 2013년 6만 6395명에 비해 2만 9129명(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전을 비롯한 충청권에서도 성조숙증 환자의 증가세가 뚜렸했다. 특히 대전의 경우 2838명에서 5476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세종 또한 16명에서 351명으로 증가했다. 또 충남은 1032명에서 1606명, 충북은 1819명에서 2276명으로 늘었다.

특히 남아보다는 여아에게서 더 많은 성조숙증 환자가 발생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여아는 8만 6077명을 기록, 9447명의 환자가 나온 남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조숙증은 사춘기 발달이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경우를 의미한다. 여아의 경우 8세 이전에 유방발달이 시작되거나, 남아의 경우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등 특징을 보인다. 사춘기가 오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정상적인 여아의 경우에는 만 10-11세 사이에 젖멍울이 생기며 피하지방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신체의 급성장이 일어나게 된다. 또 초경은 주로 만 12-13세 사이에 시작한다. 남아의 경우에는 만 11-12세 사이에 고환과 음경이 커지기 시작하며 급성장이 나타나게 된다.

성조숙증은 보통 여아에서는 유방의 발달을 통해, 남아의 경우 고환의 크기가 아빠의 엄지손톱보다 커지는 경우에 확인할 수 있으며 음모가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냉대하와 같은 분비물 발생, 머리냄새, 여드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뇌종양이나 성호르몬 분비기관의 질환으로 인한 병적인 요인과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으로 나뉜다. 최근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대부분 특발성이다. 환경적인 요인인 영양과잉, 환경호르몬, 전자파, 시각적인 자극, 스트레스 등이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조숙증의 진단에 있어서는 병력 청취가 우선된다. 발병시기나 진행속도, 출생 전후의 장애나 손상, 과거의 감염 등을 파악하게 된다. 또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성적 성숙도 등을 평가하게 된다. 신경학적 검사 및 피부병변 등에 대한 진찰도 시행한다. 방사선 검사도 이뤄지는데 이는 골연령 검사가 기본이 된다. 골연령은 검사 대상자의 골성숙 정도를 나타내는 나이다. 또 난소와 자궁의 상태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 등도 이용된다. 혈액 검사에서는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고 갑상샘 기능을 측정한다. 진성 성조숙증의 확진을 위해서는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을 주사한 뒤 반응을 보는 자극검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 모든 아이들이 치료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또래보다 빠른 신체발달로 인해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또 성조숙증으로 인해 호르몬 이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각종 성인병에 노출될 수 있어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성조숙증의 치료는 4주 간격으로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를 피하 또는 근육에 주사해 사춘기 진행을 억제함으로써 사춘기 발달을 또래와 맞추고 최종 성인키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약제 투여 후에는 사춘기 진행에 따른 급성장 정도가 감소되고 뼈 나이 증가도 저지되며 2차 성징의 쇠퇴가 일어난다. 치료가 계속되는 동안 성호르몬은 억제돼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진행된다. 간혹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호르몬은 치료제로서 전 세계적으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입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

박근용 건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최대한 피하는 균형 잡힌 식습관이 필요하다"며 "또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성조숙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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