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폭력 발생시 1차적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와 심의를 하는 기구임에도 수사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0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학폭위는 2003년 12월 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선 학교에 도입됐다.

학교폭력 발생시 학교는 학생부장, 교감, 전문상담교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기구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학폭위를 개최해 관련 학생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한다.

학부모들은 이 과정에서 1차 책임기관인 학교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전 A초등학교는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쌍방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관련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학부모는 "피해자라는 증거를 충분히 제출했음에도 학교는 이를 무시하고 쌍방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또 "학교가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초등학교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폭위는 가·피해자를 구분하는 기구가 아니다. 교육과 선도 목적으로 구성된 기구"라며 "사안조사도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했고 학폭위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학부모는 학교를 믿지 못하고, 학교는 법대로 진행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면서 재심 청구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전 지역의 경우 가해학생이 청구한 재심은 2015년 19건(징계조정 12, 행정심판 7건) 2016년 24건(징계조정 11, 행정심판 13건), 지난해 34건(징계조정 14, 행정심판 20건)으로 증가했다. 피해학생 또한 2015년 19건, 2016년 30건, 지난해 30건의 재심을 청구했다.

학폭위가 법에 따라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미 교육과 선도목적을 잃어버린 만큼 학교폭력 사안을 처음부터 사법기관에 맡기든지 학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교사들이 재량적으로 학생을 화해시키고 했는데, 법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교육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경미한 사안이라면 학교나 교사가 나서서 법적인 절차가 아닌 교육적으로 접근해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도록 학교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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