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간척 사업과 관련해 일본 동경만 산반제를 취재하기 위해 다녀온 일이 있다.

산반제는 동경만에서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바지락, 게, 가자미 등 풍부한 어장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물새류의 중계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만큼 산반제는 동경만 아랫목에 남겨진 귀중한 갯벌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전쟁 후 고도의 경제성장 속에서 대규모 매립과 도시화 때문에 산반제 주변 환경은 크게 바뀌는 등 개발 파고를 겪기도 했다.

갯벌 면적이 크게 감소하고, 수질오염 등으로 어민들의 어업생산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게 됐다.

산반제 갯벌은 1950년대 후반 대규모 매립계획이 세워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으나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중심이 된 갯벌보전을 위한 시민운동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의 매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1983년부터 열린 조개잡이축제는 4-6월까지 적게는 30여일부터 많게는 50여일까지 이어지면서 해마다 10만 명이 찾는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동경만 갯벌을 매립해 일본에서 가장 큰 야채시장이 들어선 동경항야조공원도 산반제와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방조제 2개의 수문이 상시 개방되면서 바닷물이 드나드는 갯벌 일부를 살려 자연과 친숙한 생태학습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보다는 보전을 인내한 일본인들이 지금 그 혜택을 받고 있다.

우리도 역간척을 통한 생태복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충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바다와 연결돼 해류순환이 있고, 하천이 유입되는 곳인 `하구`는 충남 연안에 34곳이 있다.

하구는 담수와 해수의 완충지대로 풍부한 영양염류를 바탕으로 조류, 포유류, 어패류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면서 치어들의 산란장 등 생태계의 보고다.

우리나라 하구와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와덴해갯벌`보다 4.3배 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염분의 농도가 낮은 하구 일대인 기수역의 1㎢당 생태적 가치는 농경지의 250배이고, 갯벌의 1㎢당 생태적 가치도 농경지의 100배 높은 것으로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실린 바 있다.

해수부는 최근 갯벌 23곳 복원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렇듯 환경은 더디지만 개발보다는 보전이 더 낫다는 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추세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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