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4년을 선고받아, 형량만 합치면 징역 32년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20일 국고 손실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8년,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했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가 징역 6년, 추징금 33억 원, 공천 개입 혐의에 징역 2년을 선고한 것.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가 국내·외 보안정보 수집 등에 사용되지 않고 위법하게 가져다 쓴 것이지, 대통령 직무에 대한 대가로 전달된 돈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특활비를 받은 국고 손실 혐의만 인정하고 뇌물 수수혐의는 무죄로 판정했다.

지난 2016년 치러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사 등을 벌인 것은 친박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따른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행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해도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승인이나 지시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국정원 특활비를 지속적으로 받아, 엄정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며 "장기간 대규모의 국고 손실이 이뤄진 궁극적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지만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을 보좌한 비서관들에게 책임을 미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공천 개입에 대해서도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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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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