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불임 진단· 피임제 개발 밑거름 기대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정상 정자와 SPATC1L이 결여된 비정상 정자의 비교. PATC1L이 결여된 정자에서 머리-꼬리 연결부분이 분리됐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정상 정자와 SPATC1L이 결여된 비정상 정자의 비교. PATC1L이 결여된 정자에서 머리-꼬리 연결부분이 분리됐다. 자료=한국연구재단 제공
현대인들의 불임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약 20쌍의 부부 중 1쌍이 자연적으로는 아이를 갖지 못한다. 그 중 절반 정도는 남성 불임이나 남성·여성 동반 불임이 원인이다. 남성 불임의 주 원인인 정자 이상만 정상화시키면 상당 수준의 불임을 치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 정자의 형성과정에 대해 분자수준의 핵심원리를 보고해 주목된다.

22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조정희 교수와 김지혜 대학원생(광주과학기술원) 연구팀이 정자의 형성과정에서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고 안정화시키는 정자 특이단백질을 규명했다.

정자는 꼬리를 움직여야 이동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자 형성과정 연구는 주로 정자의 핵 응축현상, 첨체형성 과정, 꼬리 형성과정 등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정자의 머리-꼬리 연결을 안정화시키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그간 매우 미흡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연구의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연구팀은 정자 특이단백질인 SPATC1L이 정자의 형성에 미치는 역할을 보고했다. 이 단백질은 생쥐 정자의 머리와 꼬리를 잇는 연결 부위에 존재하며, 다른 단백질을 조절해 연결 부위의 골격구조를 유지한다. 이들이 결여된 생쥐는 모든 정자의 머리와 꼬리가 분리돼 완벽히 수정 능력을 잃고 불임이 된다.

조정희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정자의 목 부분에만 존재하는 특이단백질이 정자의 형성과정에서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는 원리를 밝혔다"며, "남성 불임의 원인을 이해하고 진단하는 데 일조할 것이며, 피임제 개발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각 특이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자체 제작하고,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발굴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연구팀이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오지 않았다면 의미있는 결실을 맺을 수 없었다.

연구팀은 남성생식 생명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약 17년 전부터 정소 및 정자 특이유전자와 단백질에 대해 연구해왔다. 2002년부터 정자발생세포 특이유전자로 예측되는 203종의 유전자를 발굴했고 실험 검증을 통해 52개의 진정한 특이유전자를 확증했다. 이들이 합성하는 13종의 단백질에 대한 항체도 제작했다. 이후 특이단백질에 부착하는 상호작용 단백질을 발굴해 마침내 이번 연구 대상인 SPATC1L이 단백질인산화효소와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게 됐다.

이용민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