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균형발전 각각 고유 업무 방대 불구 지역 관련부서 축소

청와대가 지방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자리를 장기간 비워둔 것도 모자라 최근 조직개편에 맞춰 관련 비서관실의 통폐합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임기 내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국가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국정철학을 청와대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22일 청와대와 지방분권 단체들에 따르면 청와대 조직 중 지방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 등 2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균형발전비서관의 경우 7개월째 공석이며, 자치분권실의 경우 6·13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인해 실무 역할을 해야 할 행정관 3-4명이 부족한 상태다.

이로인해 현 정부 지역정책의 핵심키워드인 `자치`와 `균형` 업무가 차질을 빚는 것은 당연지사다. 나아가 컨트롤타워인 두 비서관실의 부실은 이들과의 유기적 관계를 토대로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집행해야 할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와 균형발전위 등 유관기관들의 업무추진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최근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의 통폐합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지역 및 분권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정책과 관련해 겨우 두 곳 밖에 없는 비서관실을 하나로 줄이겠다는 것은 지역에 대한 무지 또는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박재율 공동대표는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의 통합은 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의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오히려 지방분권개헌이 불발된 이후 정체된 듯한 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의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두 비서관실을 하나의 수석실로 승격해 보다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업무가 확연히 구분되고 때로는 상충될 수 있음에도 하나로 통폐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자치분권비서관실은 재정, 사무, 인력과 관련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 각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을 통해 주민과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균형발전비서관실의 경우 중앙과 지방, 각 자치단체간 격차를 줄여 주민들의 삶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 상호 보완적 요소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릴 여지도 크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분야 핵심 공약인 재정분권과 관련, 현재 8대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하는 사안마저 정부 부처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게 되면서 문 대통령 국정철학을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스스로 져버리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 위원인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긴밀하게 연계돼 있지만, 상충적인 관계가 더 많다. 노무현 정부 때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현재 대통령직속 자치발전위와 균형위가 각각 분리된 상황에서 청와대 콘트롤타워가 통폐합된다면 두 국정과제는 힘을 잃을 뿐만 아니라 대단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어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지역기자단=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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