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후회를 나타낼 때 우리는 흔히 사후약방문이란 말을 쓴다. 말 그대로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다. 조선 인조 때 학자 홍만종이 지은 문학평론집 `순오지`에 이 말이 나온다.

비슷한 우리 속담에 장이 끝난 뒤에 가봤자 소용없다는 `늦은 밥 먹고 파장 간다`거나 벌겋게 달아 있는 솥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려도 솥이 식을 리 없다는 `단솥에 물 붓기`가 사후약방문과 일맥상통이다.

요즘 이 말이 무상하게 들린다.

최근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또 다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짜리 여아가 통학차량에 7시간 방치, 숨진 사고다.

조금만 더 세심하게 챙겨봤으면 됐을 것을, 잊을 만 하면 되풀이 되는 이런 사고는 다 어른들 잘못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고 직후인 20일 어린이집 사고 완전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24일에도 문 대통령은 어린이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확인하게 하고, 어린이 출석 여부도 부모에게 알려주는 `실시간 점검 시스템` 도입을 즉각 검토해 시행하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국 어린이집 통학차량 2만 8300대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설치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보육교사나 운전기사가 현장에서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기계 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아동의 안전을 반드시 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벨(Bell), NFC(무선통신장치), 비컨(Beacon)을 이용한 확인 장치 가운데 1가지를 채택, 정부가 여기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한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어린이집 종사자와 부모가 아이의 어린이집 출입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안전 등·하원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아동학대에 국한됐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1회 사고 발생 시 시설폐쇄)` 적용 범위를 통학차량 사망사고 등 중대한 안전사고로 확대키로 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일사천리로 나온 대책. 진작 그렇게 했으면 될 것을 꼭, 사후약방문이어야 했는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어른들의 잘못은 여기까지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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