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서 인지 기온이 한 풀 꺾였다. 밤낮 없던 무더위도 어느 정도는 사라진 듯 하다. 간간히 소나기가 내리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기온은 내려갔지만 소나기가 그치면 습도로 인한 더위는 여전하다. 무덥고 습하다 보니 별 것도 아닌 일에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길을 기나가다 상대방과 옷을 스쳤거나 주변의 소음 하나에도 예민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이럴 때면 사람들은 "불쾌지수가 높다"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한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불쾌지수도 덩당아 치솟는다. 이맘때는 나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들 또한 나만큼 예민해져 있다. 평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불만과 짜증이 입 밖으로 나온다. 간간히 내린 소나기는 무더위를 식히지도 못한 채 오히려 불쾌지수만 높인 꼴이 됐다.

불쾌지수를 짜증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연 여름철의 불청객이다.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불쾌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1957년 미국에서 고안된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에 따라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경험적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보통 오후 3시의 온도계 기온과 온도계에 젖은 거즈를 붙여 측정한 `습구온도`를 기준으로 불쾌지수를 산출한다.

전반적으로 불쾌지수가 70-75인 경우에는 10명 중 1명이, 75-80%인 경우에는 10명 중 5명이, 80% 이상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는 것이 일반화 돼 있다.

사람마다 더위와 습도에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불쾌지수가 80%를 넘으며 밝고 긍정적인 사람도 평소처럼 생활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며칠 사이 각종 사건사고나 경제적 요인 등까지 언론매체 등에 오르내리다 보니 비속에 섞인 표현을 어렵지 않게 듣기도 했다. 소나기가 내려 일시적으로 무더위가 주춤했으나 습도가 높아져 한증막 더위는 불쾌지수를 한층 끌어올린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다. 기후를 조작하지 않는 이상 여름철 더위를 끝낼 방법은 없을 듯 싶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많은 없는 노릇이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불쾌지수를 극복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면 매미 소리가 사라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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