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이나 지도자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2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하나는 춘풍추상(春風秋霜), 다른 하나는 불괴옥루(不愧屋漏)다.

춘풍추상은 중국의 채근담(菜根譚)에 수록된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 참모진에게 이 글귀가 적힌 액자를 선물하면서 "공직자로서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살아가며 이보다 더 훌륭한 좌우명은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에 있는 동안 이런 자세만 지킨다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당부하기도 했었다.

불괴옥루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공자 논어에 나오는 이 글귀는 `방의 어두 컴컴한 구석에 혼자 있을 때도 자기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지내라`는 뜻이다. 환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인격적으로 행동하던 사람들도 어두운 방안에 혼자 있으면 본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부끄러움이 없이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중근 의사는 `군자는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조심하며,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도 두려워해야 한다`는 중용(中庸) 구절을 유묵으로 남기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도자가 지켜야 할 이 2가지를 모두 져버렸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만 관대했으며, 오욕칠정(五慾七情)에 붙잡혀 어두운 방안에서 수행비서를 탐하며 마음과 몸이 흐트러졌다. 특히 공직에 있을 때 무너졌다. 재판부는 이런 그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선고공판 직후 "죄송하고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국민들로부터 받아야 할 도덕적, 정치적 판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최흥종 목사는 50살 이후에도 세속과 육신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자 57세 되던 해 거세(去勢) 수술을 받으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했다. 목표 판매량을 채우지 못했던 중국의 한 빵집 사장은 눈이 쌓인 차가운 보도를 기어가며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했다. "다 내 잘못이다. 부끄럽다, 다시 태어나겠다"는 안희정 전 지사,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어떤 벌을 내렸는가.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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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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