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살려주세요!"

모두가 잠든 새벽,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에 나간 `상훈`은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신고를 하려던 순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범인 `태호`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살인을 목격한 순간, 상훈은 놈의 다음 타겟이 되었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예상을 비켜나가는 설정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현장을 본 목격자와 눈이 마주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숨쉴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여타 스릴러와는 다르게 범인의 정체가 영화 초반부터 그대로 드러난다. 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쫓는 것`에 집중한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들과 다르게 <목격자>는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자신과 눈이 마주친 목격자를 쫓는` 색다른 전개를 예고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가장 일상적인 주거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 `상훈`이 우연히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며 벌어지는 추격전은 관객에게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동시에 수많은 눈이 존재하는 아파트 한복판에서조차 목격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내 일이 아니면 무관심한 현대인들의 집단 이기주의,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제보율이 낮아지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 등 현실과 맞닿은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카운터스

2013년 2월의 일본 도쿄 한복판, 한국 음식점과 한류 가게가 밀집된 신오쿠보 한인타운에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조선인을 없애는 일은 해충 구제와 같다" 등의 팻말을 든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혐한시위대가 행진하고 있었다. 또 한편에선 "차별하지 말라", "함께 살아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이들의 `혐오표현`에 대응해 `대항표현`으로 위협과 선동을 반사하는 무리가 있었다. 이들은 몸으로 혐한시위대를 막고, 거리에 떼로 주저앉아 행진을 방해하며, 물리적인 충돌도 불사했다. 이 영화는 2013년부터 일본 전역에 극렬하게 일었던 혐한시위에 맞서 반혐오·반차별 운동을 펼친 전설적인 시민운동 `카운터` 운동의 주역들 `카운터스`의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카운터 운동은 일본 시민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점차 과격해지고 극렬하게 치닫던 혐한시위의 확산을 막아내고, 일본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국제적인 연대를 도모했다. SNS를 통해 시작된 카운터 운동은 혐오와 차별에 맞선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조직적 대응을 통해 아베 정권하에서 일본 최초로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을 이끌며 역사적인 성과를 이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운터 운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구도다. 이는 `일본 사회` 대 `인종주의자`의 구도로 바꾸어 혐오 세력을 제압해 나간 것이다. 또한 일본이 재일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 필리핀인, 기타 외국인들과 함께 더불어 사회임을 알리며 인종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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