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관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신과 함께 2편은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인연`이 씨줄과 낱줄로 직조됐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인연은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이다. 불교 용어로 인(因)과 연(緣)을 아우른다. 인연의 정도를 불교에서는 겁(劫)에 비유한다. 1겁은 하늘의 선녀가 3년 마다 내려와 올라갈 때 둘레가 40리 되는 바위에 잠자리 날개 마냥 얇은 옷이 스쳐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쯤 된다. 무궁한 시간이다. 옷 깃만 스치는 인연에도 500겁 인연이 깃들었다고 한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시 성거읍 국립 망향의 동산을 찾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49분이 잠든 망향의 동산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첫 정부 기념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해외동포추모공원인 망향의 동산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인 1976년 완공됐다. 망향의 동산 중앙의 높이 15.5m, 폭 23m 위령탑 탑신에는 일제시대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하고 일제 괴뢰군인 만주군에 몸 담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글씨로 망향의 동산이라고 양각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동안 천안은 방문했어도 망향의 동산은 한번도 들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곳에 나란히 섰다. 어떤 인연의 결과일까.

망향의 동산이 있는 천안의 남쪽 광덕면에는 천안공원묘원이 있다. 천안공원묘원 무학지구 철쭉4단 1번에는 임종국 선생이 영면해 있다. 임종국 선생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결성된 1990년 보다 10여 년 앞서 `정신대실록`을 펴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리 사회 주요 의제로 알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임종국 선생의 인연은 천안시 신부동에서도 이어졌다. 천안 신부평화공원에는 천안 평화의 소녀상과 임종국 선생 조형물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인연의 결과일까. "현재에 살되 현재에 매달리지 마라." 부처의 가르침이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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