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재취업에 관여해 물의를 빚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발방지를 위한 고강도 쇄신방안을 마련했다. 직원이 퇴직하면 10년 동안 민간기업 재취업 이력을 홈페이지에 공시키로 했다. 여기에 이른바 `전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도록 현직자와 퇴직자의 사적 접촉을 전면 금지토록 했다. 퇴직자나 기업·로펌의 공정거래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모든 외부교육에도 현직자는 참가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로비 창구`로 활용되거나 유착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기회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겠지만 퇴직자 재취업 `연결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주요 대기업에 퇴직 간부 채용을 압박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검찰 수사결과 2012년부터 작년까지 4급 이상 퇴직 간부 18명을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하도록 민간기업 16곳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퇴직 예정 간부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연봉을 얼마 지급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기업에 고문 등으로 채용하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이러한 혐의로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뇌부 1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위는 시장경제에서 경쟁과 공정의 원리를 구현하는 기관이다. 감시해야 할 공정위가 기업을 압박해 퇴직 간부 일자리를 주선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정위의 쇄신안은 퇴직자의 `로비` 영향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관의 로비가 통하지 않으면 기업으로선 공정위 퇴직자를 채용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취업알선이나 부당 로비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엄격히 시행만 된다면 성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일각에선 퇴직자 감소로 인한 인사적체와 외부교육 금지로 인한 전문성 약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쇄신안의 수위가 낮아지거나 유야무야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쇄신안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환골탈태의 계기가 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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