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애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지애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수면은 사람의 하루 생활 중 1/3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몸의 신진대사와 주요 장기의 기능유지, 스트레스 해소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단순히 정신이 멍하고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진대사 균형이 깨지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또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우리 몸이 적응 하지 못해 생활습관이나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충분한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불면증, 신체와 정신에 악영향= 사람에게 필요한 수면의 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다음날 낮에 졸리지 않을 정도 수준이면 적당하며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시간에서 7시간 30분 정도다. 수면의 양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다음날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며 감정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면부족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 불안증, 성격변화 등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곤란을 겪게 되기도 한다.

물론 신경 쓰이는 일이 갑자기 발생했다거나 큰 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잠을 못 이루는 현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큰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종종 수면 무호흡, 수면 중 팔·다리의 갑작스런 수축, 근육통증, 우울증, 불안증 등 구체적인 원인에 의한 불면증의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잠들기 전 TV 시청 등 피해야=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는 잠들기 전 수면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침대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경우 밝은 빛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억제해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잠들기 전에 음식을 먹으면 위에 부담이 돼 숙면을 취하기 힘들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특히 기상 시간이 불안정하면 편안한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전날 늦게 잤다는 이유로 늦잠을 자면 다음날의 수면 주기가 뒤로 늦춰지게 되면서 더욱 잠들기 어렵게 된다. 정상적인 수면 주기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을 경우에는 억지로 잠을 청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억지로 잠자리에 누워있으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고 각성상태를 유도해 더욱 잠을 못 자게 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잠시 일어나 독서나 목욕 등 다른 활동을 해 잠이 올 것 같으면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음주 등 자제도 필요= 낮에 자주 햇볕을 쬐는 것도 불면증 예방을 위한 한 방법이다. 적당한 햇볕 노출은 수면유도 물질인 멜라토닌을 밤에 더 잘 분비되게 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실내에서만 일하는 현대인들은 태양광선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멜라토닌의 분비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카페인 또한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카페인은 체내에서 3-7시간의 반감기를 갖는 자극제로,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의 카페인 섭취는 잠을 자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커피, 홍차에 카페인이 들어있으며 에너지 드링크에는 고용량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불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 역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이 수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음주는 깊은 수면을 방해해 자주 깨거나 수면 후 신체 회복 속도도 더디게 한다. 잠을 자기 위해 술을 마시는 대처방식은 알코올 의존으로 가게 될 위험성을 매우 높인다. 보통 수면장애 치료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약물 대신에 술을 마시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불면증은 단순히 수면장애 문제 뿐만이 아니라 기타 우울증, 불안증 등과 관련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수면만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분부터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박영문 기자

도움말= 윤지애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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