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한파 이어지며 지역 기업 기부 줄어…자치구 명절 맞이 전달식마저도 줄어…차가워진 '기부문화'

풍요를 상징하는 추석이 다가왔지만 소외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소외계층에 전달할 기부금이 크게 줄어 들며 이들의 추석나기가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며 명절마다 모이는 기부금이 매년 감소하고 있고 올 추석은 반토막이 난 것. 따듯한 한가위라지만 기부는 차갑기 그지 없다.

13일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추석을 2주 앞둔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모인 모금액은 현금 6300만 원이다. 지난해 추석 2주 전 기간인 지난해 9월 11일부터 20일까지 모인 현금이 1억 2600만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50%가 줄었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현물도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올해는 지난해 견줘 10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모금액마저도 2016년 동기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2016년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모금액 중 현금은 1억 47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100만 원(14.2%)이 줄었다. 추석 모금액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 명절 관련 최종 모금액 중 현금은 3억 8600만 원인데, 현 추세로 가늠했을 때 올 추석 명절 관련 모금액은 전년에 대비해 차이가 커질 것이라는 게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지역 곳곳에서 기부금이나 성금 차원의 현물이 많이 모였던 게 사실인데 최근 몇 년 사이 모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며 "꾸준히 기부를 해오고 있는 기업도 더러 있지만 경기불황탓인지 자영업자나 기업의 기부가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절 성금은 자치구에서 독거노인,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추천받아 총 1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자꾸만 나눔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명절 기부문화가 얼어붙은 까닭은 경기불황에 있다. 이는 각종 지표가 증명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73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해 지난 6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1년 6개월만의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궤를 같이해 1년 5개월 만에 기준치를 하회했다. 지난 7월 99.2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으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이 커진 탓도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최근 조사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결과에서 지역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경영애로사항으로 인건비 상승이 62.7%를 차지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부진도 44.0%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사실 기업가정신으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어려울수록 도와가고 나누며 사는 게 맞지만 아무래도 경기가 계속 어렵다 보니 소상공인이나 기업의 기부심리도 위축돼가는 게 사실"이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기업체도 우선적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것이 먼저라고 여기기 때문에 명절 기부문화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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