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에 재정자립 핵심과제이자 난제.

"현재 8:2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을 거쳐 6:4로 개편해 지방재정을 확충한다. 지방소비세 비중 및 지방소득세 규모를 확대한다. 지방세 신세원을 발굴하고, 국고보조사업을 개편한다. 비과세·감면 관리를 강화하고,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한다. 지역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증가하는 세수 일부를 자치단체간 균형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 중 재정분권에 대한 비전이다.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는 11일 이 `로드맵`을 구체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분권정책 청사진이라며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재정분권의 경우 `로드맵`과 다른 부분을 찾을 수 없다. 일각에선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에서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으로 제목 순서가 바뀐 게 가장 눈에 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로드맵 발표 당시 정부에선 재정은 자치분권의 가장 핵심과제인 만큼, 집중 논의를 통해 연말까지 재정분권 종합계획을 만들겠노라 약속했다. 하지만 부처간 엇박자에 더해 청와대나 총리실 차원의 총괄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표시기는 올해 2월, 올해 상반기로 거듭 미뤄졌고, 이번에도 아무런 진척 없이 `로드맵`에서 `종합계획`으로 포장지만 바뀐 것이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까지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으로 개편하고 세부적인 재정분권 방안을 확정해 늦어도 2020년 정부예산에는 이를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분권단체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은 재정정책이라는 게 `정글`과도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근본적으로 부처간 합리적인 협의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중론이다.

어떤 세원을 어떻게 자치단체에 이관할 지, 효율성·투명성 등은 어떻게 담보할 지 등에 대한 내용을 결정해야 되는 데, 키를 쥔 기획재정부에선 현재의 국가재정 여건을 감안해 많은 돈을 지방으로 넘기기 어렵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행안부와 지방정부는 복지사업의 확대에 따른 지방비 부담 완화 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고 대폭적인 재원 이전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으나, 기재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해법은 간단하다. 부처간 합의를 종용할 게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기재부에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총괄조율에 나서면 된다. 종합계획을 국무회의에서 논의하는 과정에 문 대통령은 "지방재정분권은 어떻게 돼가느냐`고 꼬집어 물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큰 틀에서 거의 합의가 끝났다. 조만간 확정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하니 기다려볼 일이다. 만일, 또 다시 지지부진해진다면 청와대나 총리실에서 더욱 세세하게 시한과 수치까지 제시해 적극적인 조정 및 조율에 나서야 한다. 분권형 개헌까지 추진하며,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천명했던 문 대통령의 진정성까지 의심받아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지방정부의 재정자립은 최고의 선결과제이자, 난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중앙권한의 획기적인 지방이양이나,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확대,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간 협력 강화 등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재정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지방자치에 있어 재정분권의 중요성은 1950년대부터 제기됐지만, 첫 모멘텀으로 꼽히는 지방소득세 도입은 2010년에 실현됐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국세·지방세 구조 개선은 재정분권에 있어 제2의 모멘텀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청와대를 포함한 국가 콘트롤타워에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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