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구 목적 등으로 희생된 동물을 기리는 가장 오래된 비석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원의 `축혼비`로 전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수의과학연구소의 전신인 조선총독부 우역혈청제조소가 지난 1911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질병 진단법과 백신 개발, 방역대책, 동물보호복지 등에 대한 수의학적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기관 특성상 연구에 사용된 가축들의 희생을 기리는 축혼비를 세워 동물들을 기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마다 축혼비 앞에서 동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수혼제(獸魂祭)를 지내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도 수산업 발전을 위해 실험 연구 과정에서 희생된 실험용 어류나 쥐 등의 동물의 넋을 위로하고 연구자들에게 동물사랑과 생명존중 의식고취를 위한 `실험동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이 위령제는 지난 2007년 국내에서 처음 열린 `물고기 위령제`가 시초가 됐다. 그러다 2015년 부산시 기장군 국립수산과학관에 `실험동물 위령비`를 설치 한 후부터는 해마다 `실험동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수혼제, 국립수산과학원은 위령제로 서로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윤리의식을 고취하자는 목적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가 동물 위생업무와 관련한 검사를 위해 희생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동물 위령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물 위령비는 충청북도 동물위생시험소 내 공터에 건립될 예정이다.

도는 최근 열린 충북도의회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위령비 건립비용 2500만 원을 확보했다.

이 위령비는 오는 연말 완공 예정이다.

도는 동물 위령제를 지내면서 동물실험 종사자와 도축 검사관, 가축 매몰작업 공무원 등 관련자의 트라우마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동물 위령비 건립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산업재해로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는 위령비 건립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가축전염병과 관리·도축검사 등 동물 위생업무와 관련해 검사를 위해 희생된 수많은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고 동물위생시험소 직원들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면 동물 위령비 건립의 당위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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