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발 정계개편 이슈가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잠식한 모양새다.

선거제도 개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위기감을 느낀 정당들은 정계개편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은 원칙적으로는 현행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민주당은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지난 지방선거 대승 이후 선거제도 개혁에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고 있고,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헌과 함께 논의될 경우 다른 이슈에 발목이 잡혀 빠른 시일 내에 제도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차기 총선에 새로운 선거제도가 도입되려면 내년 4월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은 선거구 획정 논의 일정에 맞춰 함께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정치권은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를 선거제도 개혁의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련 이슈 부각, 예산 국회라는 국내 정치 일정, 민주당과 한국당의 태도로 볼 때 선거제도 개혁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은 정계개편 군불 떼기에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중심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고, 유성엽 평화당 최고위원은 "이제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다 가고, 또 거기에서 올 사람들 다 와서 중도개혁 지향의 단일대오를 지어야 한다"며 3지대 정당 창당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정계개편 움직임은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을 치를 경우 중소정당에서는 당선자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있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한국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들은 때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정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거대양당에게 유리한 소선거구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만큼 선거제도 개혁 보다 수월한 방법인 정계개편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듯 하다. 선거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거대양당이 필수적이지만 정계개편은 뜻이 맞는 이들이 추진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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