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정부 혁신을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한 차원인 듯 문 대통령의 화법 치고 다소 센 발언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 여전히 진행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 28일 시행되자마자 자전거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안전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임에도 이렇게 반발이 큰 것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실태와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일상에서 헬멧을 매순간 챙기기 어려운데다, 간편함을 내세운 공공자전거의 도입 취지에도 어긋나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나라도 드물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영국은 자전거 헬멧 착용이 권장사항이며, 일본은 13세 미만만 헬멧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멕시코는 공공자전거 활성화를 이유로 의무 조항을 아예 폐지시켰다.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면 불법이지만, 이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훈시규정에 불과한 것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법으로 의무화한 만큼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안전모 착용 의무`를 `안전모 착용노력 의무`로 변경해야 한다는 안까지 나오면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6세 미만의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택시를 탈 때마다 카시트를 들고 다녀야 범칙금을 물지 않는다는 조항도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영유아가 한번 외출하려면 챙겨야 할 짐만 한가득으로 한 손엔 아이의 손을 잡고, 또 다른 손엔 카 시트까지 챙겨 택시를 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또 전 좌석 안전띠 조항도 택시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안전띠를 착용하라`고 권고만 하면 착용여부에 관계없이 양측 다 처벌을 면하기 때문에 범칙금을 물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모두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탁상행정의 반대말은 현장행정이다. 두달간의 시간은 홍보 계도 활동이 아닌 현장에 있는 문제와 답을 찾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원세연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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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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