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유로편에는 중국 춘추시대 말 초나라의 장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장왕이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할 때 직언을 잘하는 신하 두자가 나서서 무엇 때문에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장왕은 "월나라는 정치가 혼란스럽고 군대가 약하기 때문이오"라고 답했다. 이에 두자는 "저는 지혜가 눈과 같은 것이라 걱정입니다. 눈은 백보 밖의 사물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눈썹은 보지 못합니다. 왕의 군대는 잇따른 싸움에서 패배해 땅을 잃어 군대가 약하고 나라안에서는 도적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관리들이 막지 못하니 이는 정치가 혼란한 것입니다. 우리가 정치가 혼란하고 군대가 약한데 월나라를 정벌하려고 하니 이런 지혜는 눈이 눈썹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말을 들은 장왕은 한참을 고심한 끝에 두자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아채고 즉시 정벌 계획을 중단했다.

목불견첩은 바로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즉 남의 허물은 보기 쉬워도 자신의 허물은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쓰인다. 남의 허물만 강조하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 공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심 의원은 불법적인 행위 없이 자료를 다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불법적인 행동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며 심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심 의원이 폭로하고 있는 자료 자체에 대해서 독수독과라는 점이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쪽 모두 스스로의 잘못된 부분은 전혀 생각지 않고 서로를 향해 비판만 하는 모양새다. 심 의원측은 관련 자료들이 비인가 자료라는 점을 알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절차상 볼 수 없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은 인정하지 않은 채 정부를 향해서 비판만 하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관련 자료의 유통을 문제 삼기 전에 해당 사안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할 필요가 있다. 늦은 시간 술집에서 회의를 한다는 변명을 누가 신뢰 할 수 있을까. 진정성 있게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제기하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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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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