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납부 없이 가입하려면 폐업 뿐, 영세업자 '황당'…완충제도 마련돼야

대전에서 조그마한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얼마 전 산재보험에 가입하러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선 3년간 소급된 보험료를 납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묻자, 폐업을 하고 사업장을 개업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이씨는 "최근 산재보험 가입 독려 기간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방문했는데, 되려 3년치 보험료를 소급 징수받게 생긴 상황"이라며 "영세업자에겐 3년치 보험료는 큰 돈, 이를 완충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달 들어 고용·산재보험 집중 가입기간을 운영중이지만, 기존 보험료가 소급적용되며 논란을 빚고 있다. 보험가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닌 실질적인 가입독려를 위해선 영세사업자를 위한 대책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이달 말까지 `2018년 하반기 고용·산재보험 가입 집중 홍보기간`을 운영 중이다. 사업주는 노동자를 최초 고용한 날부터 14일 이내 고용·산재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 여기에 지난 7월 1일부터는 산재보험이 상시근로자 1인 미만이라도 산재보험 처리가 가능하게 보험적용이 확대됐다. 사업주가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하더라도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험료 소급적용에 있다. 과거에는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해도 영업일수 대비 상시근로자 1인에 해당되지 않아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는 의무가입이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주는 현 시점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할 경우 과거 고용 이력에 따라 최대 3년치 보험료를 소급 징수받아야 한다. 영세업자에게 3년치 보험료는 큰 재정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산재보험과 궤를 같이하는 고용보험의 경우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통해 최대 90%가 지원되지만, 산재보험은 이와 같은 제도가 사실상 전무하다. 일자리안정자금을 통해 비용부담을 덜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제한적이다.

근로복지공단은 현재로서 법규 상 소급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 이력관리와 보험 차원에서 시행 중인 제도인 만큼 사업주에게 보험료를 부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근로자 복지를 위해 보험적용이 확대되며 일부 사업주들에게는 보험료 소급징수가 재정적 부담으로 올 수 있다"며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바라보면 일했던 시점과 산재에 대한 보상을 위한 제도인 만큼 사업주가 감안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한 영세업체 관계자는 "의무가입이라면 그동안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사업주들이 가입장벽을 완만하게 넘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가입을 독려하더라도 보험료 징수 때문에 가입자체가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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