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을 회수하고 싶어도 공간이 부족해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소규모 마트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지난 해 공병보증금이 인상된 후로 매장 내 회수 공간이 3배나 늘었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업주는 수시로 찾아오는 공병 반환 고객들로 제때 업무를 보지 못했다며 매주 일요일에만 공병을 받는 등 자구책까지 세웠다.

공병보증금이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소매업계는 공병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병보증금은 지난 해 1월 1일부터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60원, 80원씩 올랐다.

11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지역소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공병에 대한 소비자 직접 반환율은 59.1%로 전년 동기 대비 9.8%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출고 대비 공병반환율인 전체 회수율도 같은 기간 98.8%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자체 조사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만족도는 지난해 80.5%에서 올해 95.4%로 늘었다.

그러나 공병 반환을 두고 소매업계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병 반환이 잦아지면서 보관할 공간이 협소할 뿐더러 공병반환을 거부할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의 한 소매업주는 "아르바이트생도 줄어서 손님 대응하기도 바쁜데, 공병반환까지 겹쳐 시간이며 공간이며 운영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공병반환 거부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주류에 포함된 공병 값을 돌려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소매점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 유모(29)씨는 "얼마 전 편의점을 방문해 공병을 반환하는데, 편의점주가 공간이 부족하다며 다른 편의점에 가서 반납을 하라고 답변했다"며 "다른 편의점도 마찬가지였고 중형마트에 가서야 반납을 할 수 있었다. 소비자의 권리인데 공병반납을 거부하는 게 이해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소매업계는 공병에 대한 취급수수료 조정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현재 400㎖ 미만 병 기준 맥주·소주 취급수수료는 도매가 19원, 소매가 11원으로 편의점에서 하루 100병을 회수하더라도 반환할 경우 손에 쥐는 금액은 1100원에 불과하다. 환경부도 취급수수료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병보증금 인상으로 회수율이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도·소매업계,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로서는 불편함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취급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이와 같은 마찰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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